2009년 3월, 여덟 명의 예천 농촌 총각들이 가정을 이루기 위한 꿈을 위해 함께 베트남을 다녀온 지 6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합동 결혼식을 올리고 나서 뿔뿔이 헤어지지 않고 친목계를 통한 모임을 계속 이어오고 있어요. 

만약 여덟 가정 중에 어느 한 가정이라도 가정의 불화가 생겨 금이 갔다면 지금까지 유지해오기가 힘들었겠지요.
대한민국 하늘 아래에서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우리의 일상과 같습니다.

다문화 계모임

여덟 쌍이 매달 식당에 모여 한 달 동안 잠겨있던 목소리를 내뱉으니 여간 시끌버끌한 게 아니에요.어른만 16명입니다. 또 세 명의 자녀를 둔 가정도 눈에 띄게 늘어났고 최소 두 자녀를 둔 가정들이 만났으니 아이들도 숫자에 포함 시키면 서른 명이 넘어요.

예천의 총각들이 낯선 이국땅 베트남에서 짝을 처음 만났을 때, 밤이면 총각들이 똘똘 뭉쳐있었어요. 어찌 아내 될 베트남 여자와 데이트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랬던 것일까요?

훗날 고국땅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 순진해 빠진 농촌 총각들도 남의 나라에선 의지할 것이라곤 한 배를 탄 동지(?)들 뿐이었는데, 곧 대한민국 땅을 밟을 베트남 처자들도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게 뻔했던 거지요.

그래서 시작했던 여덟 쌍의 베트남 다문화 계모임이 무탈하고 6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오리불고기

배가 부르고 나서야 카메라를 들었어요. 전 먹는 중에는 전화도 받지 않는 스타일라서.. 
자리를 옮겨가며 사진을 찍다가 아내 분들이 앉은 테이블에서 갑자기 메뉴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모두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긴 웬 오리 불고기?"

이 식당이 저희 여덟 가정 중의 한 집이라 베트남 아내들끼리 미리 속닥거려서 내놓은 메뉴였어요. 

다문화 아이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아이들 아빠들은 모두 뙤약볕 아래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서인지 누구 하나 훈남이 없는 것 같은데..
물론 저도 포함입니다.

남매

이런 아이들이 옆에서 뛰어놀 때, 술자리에서 이런 농담 잘 나옵니다. "우와, 쟤는 말도 안돼!"

공주


다문화 아이들

아무튼 이제는 어른들 술자리에서 떠드는 목소리보다 아이들의 분주한 놀이에서 나오는 소리가 더 커졌어요.


은수

제 딸이 실컷 뛰어노느라 목이 말랐나 봐요.


오늘은 이렇게 예쁜 일상으로 마무리 짓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다문화가정의 오해와 편견에 관해 살짝 언급하고자 해요.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먼저 국가와 국가를 알아야 합니다. 만약 저희와 같은 베트남 여성을 아내로 맞이했다면 한국의 문화와 베트남의 문화, 양쪽 모두를 평등 선상에 올려놓고 저울질 해보아야 하지요.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유교사상 아래 매우 강한 가부장적 사회를 형성했다면 베트남은 모계 성향이 강한 나라입니다. 그렇다 보니 시집을 간다고 해도 여전히 친정집을 돌보며 친정 식구의 생계에도 어느 정도 책임을 갖고 지냅니다.

그런 베트남 여성들이 외국 결혼을 선택했다면 당연히 친정을 염두해 둔 결정일 겁니다. 결혼 초기에 옥신각신하는 것은 아주 없을 수 없겠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법, 남편의 형편에 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문화가정


가끔 다문화가정의 사건사고가 다문화 전면에 걸쳐져 있는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기도 하는데, 남자와 여자가 만난 건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끼리 결혼했다고 해서 이혼율이 낮은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사람끼리 결혼했다고 해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으라는 법도 없습니다. 

어느 쪽에서 이혼을 하든 가출을 하든 그건 다문화가정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 사는 가정이라면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동일한 현상인 거죠.

다문화가정, 그들의 삶 또한 대한민국 하늘 아래 평범한 가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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