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며칠 앞두고 최강 한파가 들이닥쳤어요. 엊그젠 두 차례 눈도 내렸구요. 그 와중에 아내는 숯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자고 합니다. 벌써 돼지고기 한 부위를 사다 놓은 상태예요.

숯


이 숯이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오게 되었어요. 언젠가 숯에 구운 고기를 맛보고는 숯 광이 된 아내입니다. 시골에 살고 있어도 나무를 뗄 일이 거의 없어서 평소에는 구경하기 힘들어요. 때마침 얼마 전에 가마솥에 불을 지필 일이 있어서 그때 남은 불씨에 물을 부어 확보한 숯입니다. 


목살


숯에 돼지고기를 구울 땐 삼겹살보다 목살이 더 좋다는 것 아세요? 삼겹살은 기름이 많아 일정하게 온도를 유지해야 할 숯을 방해합니다. 기름이 떨어지면 숯의 화력이 오버가 되어 난리가 나죠. 하지만, 목살은 거기에 비하면 매우 얌전하다고 할까요. 또한 살코기 부위가 많아 숯에서 구웠을 때 삼겹살보다 육즙의 맛을 더욱 실감할 수 있어요. 


숯불구이


목살이라고 해서 숯의 화력을 높여선 안되겠지요. 조금 천천히 익더라도 숯의 온도를 은은하게 가져갔어요.


 
기름이 떨어져도 별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다시 한장 더 얹고(^^) 먼저 올렸던 목살은 벌써 한번 뒤집어 줬네요.


숯불구이

약한 불에 구웠는데도 이내 화력이 좋아져 손이 바빠졌어요.  먹다 보면 태우는 것도 있고..

쌈장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없어서는 안되는 쌈장.. 이건 저희 집 단지 안에서 꺼낸 된장으로 만든 쌈장이에요. 어떻게 보면 돼지고기보다 더 돼지고기 맛을 내 주는 녀석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어쨌거나 저희 가족은 최강 한파가 들이닥친 날에 마당에서 숯불구이로 한때를 보내야 했어요. 
이제부터 왜 그래야 했는지 말씀드려볼게요.

제가 아내한테 다른 부탁은 다 거역해도 딱 하나 거역하지 않는 것이 있어요. 그게 바로 아내가 "OO먹고 싶다!"고 말할 때예요. 먹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것 만큼은 꼭 따라줍니다.

아주 오래전,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것이 먹고 싶다"라고 생각이 들 땐, 뇌에서 그 음식에 있는 영양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예를 들면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닭고기의 어떤 영양분을 섭취하도록 뇌가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참을 일이 아니라고 봐야겠지요.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먹고 싶은 걸 참으라고 할 수는 없자나요.
먹는 것 때문에 감정이 상하면 그것보다 더 서글픈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이 추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숯을 피우러 나갔습니다. "으으,,추워!" 떨면서 고기를 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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