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린이집에서 잘 놀고 있을 은수를 데리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평소 같으면 은수 반 선생님께서 가방이며 외투만 챙겨주셨을 텐데, 오늘은  생각지도 못한 우유팩을 한 개 더 챙겨주셨습니다. 우유팩을 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오늘 날씨가 좋아서 아이들이랑 밖에 나가 상추를 심었어요, 이건 은수가 심은 것인데, 집에 가지고 가셔서 잘 키우세요.^^" 



은수가 심었다는 말에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우유팩을 조심스럽게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지요. 오는 내내 마눌님한테 자랑할 일만 머리 속에 담아왔습니다.^^

우유팩

마당에 주차를 하자마자 경적 소리부터 울렸습니다. 마눌님 얼른 나오라구요.ㅎ
거실로 들어가는 계단에 아주 뿌듯한 마음으로 올려놓고 자초지종을 설명했지요.
"이거 은수가 심었다는데, 잘 관리해야 돼!^^" 
그런데, 제가 기대했던 마눌님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상추 났어?" 묻는 아내, 그제야 우유팩 안을 유심히 들여다봤지요.

상추

"요 콩나물 줄기 같은 게 상추 아닐까?..." 
마눌님 피식 웃습니다.
"그럼 며칠 더 기다려 보자!~~" 
그로부터 며칠이 더 지났습니다. 하지만 처음 가져왔을 때처럼 사진에 보이는 세 포기의 상추만 있었지요. 마눌님 또 묻습니다. "상추 언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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