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가 갓 넘었을 때입니다. 세상 모르고 자고 있던 남편을 깨우는 아내, 눈을 뜨기도 전에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요. "여보, 소가 계속 울어! 새끼 낳는 것 아니야?"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에 용수철처럼 일어나 마굿간으로 달려갔드랬죠.



새벽 1시에 마굿간으로 가보니 정말이지  태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급히 목에 걸린 고삐부터 풀어주었더니, 이리 왔다 저리 갔다 마굿간을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동네가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어요.



이제나 저제나 송아지 나오기 만을 기다린지도 두 시간째!
새끼를 낳는 예비 어미소도 그렇고 소를 키우는 저도 그렇고 모두가 초짜입니다. 예비 어미소의 꼬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이 활처럼 굽어지더군요. 그런데도 그것이 출산 직전이라는 걸 몰라 잠시 집으로 들어갔지요.



집안으로 들어간 지 30여분 지났을 때, 갑자기 울부짖던 어미소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순간 느낌이 이상하여 후래쉬를 들고 마굿간으로 달려갔습니다. 허걱,,

벌써 
예비 어미소가 바닥에 떨어진 태반을 질겅 질겅 씹어 먹고 있었습니다.(언젠가 TV에서 초식동물들이 출산 후 태반을 먹는 것은 육식동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이란 것을 방송으로 보아 알고 있습니다.)
전 순간적으로 송아지를 보기 위해 이 곳 저 곳을 비추어 보았지요. 하지만,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송아지는 없었습니다.

"이런, 이런,,,,말도 안 돼!" 
아주아주 어릴 적에 저희 아버지께서 소를 키우실 때, 송아지 출산 장면을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어서 분명 어미소가 새끼를 낳고 태반을 먹는 것이 맞다고 판단되었는데, 아무리,,,,,, 아무리 둘러보아도 송아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태반을 먹고 있는 어미소! 그러나 송아지는 어디에...?

새벽 네 시가 될 무렵 다급한 나머지, 전화를 걸려고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어디에 누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설마 뱃속에서 잘못되어 생기다 만 송아지가 태반과 섞여 나온 게 아닐까?"
"그래서 송아지가 없는 걸 거야!"
 뭐 이런 불길한 생각만 짙어져 갔지요.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불길한 생각에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비가 오는구나 이 생각밖에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아침에 일어나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이런 궁상맞은 생각만 들더군요.



현실을 받아들이고 집으로 들어가려다가 실낱 같은 희망으로 마굿간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에효, 그럼 그렇지... 문이 다 닫혀 있었는데, 어찌 밖에 있다고..."
아쉬운 마음에 거름자리를 비추며 뒤돌아섰습니다.

그런데, 헉!~~~~



큰 개만한 누렁이가 꼼짝 않고 서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금방 태어난 송아지가 네 발로 안정적으로 서 있으려면 최소 30분에서 한 시간은 족히 지나야 하는데, 이곳까지 걸어온 것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거름자리가 너무 어두워 집으로 쫓아가 다급하게 아내를 불렀습니다. 
아내에게 후래쉬를 맡기고 전 송아지를 번쩍 들고 마굿간을 한 바퀴 돌아 문을 열고, 아직도 태반을 다 먹지 못한 어미소 옆으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일까요?
앞문 뒷문 모두 닫아 놓은 상태였지만, 위에서 두 번째 사진을 보시면 예전에 벽을 헐어 놓은 광창이 보일 겁니다. 어미소가 처음 울부짖을 때부터 고개를 내밀던 곳인데, 설마설마 했던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새끼가 어미소로부터 나올 때 하필이면 방향이 광창 쪽이었나 봅니다. 

결국 새끼는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마굿간으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광창을 통하여 바깥으로 떨어진 것이지요. 
중심을 잡고 일어선 송아지가 걸어간 곳은 앞문쪽이 아닌 뒷문쪽이었구요...ㄷㄷ

하마터면 발견하지 못했을 아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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