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렁이 농법으로 벼농사를 지어봤습니다. 오랫동안 제초제로 관리해왔던 논을 우렁이만 믿고 지을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던 부분도 있었구요. 아무튼 두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논을 살펴보면 제초제로 농사짓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논

주문했던 우렁이는 총 12킬로. 논 한마지기(200평)에 1킬로의 우렁이를 넣었습니다. 가격은 일반으로 구입하면 1킬로에 1만2천 원~1만5천 원 정도 하구요, 저는 정부 보조가 있는 곳에 신청을 해서 50프로 싼 6천 원에 구입했드랬죠.

우렁이

이틀이고 삼일이고 장맛비가 내리니 밭에는 갈 수 없고, 대신 띄엄띄엄 눈에 띄는 풀을 뽑으려고 논에 
들어갔습니다. 입구에서 맞닥뜨린 우렁이와 논바닥이 눈에 훤하게 들어오더군요. 무슨 논바닥이 거실 바닥처럼 매끈했으니까요..ㅎ

우렁이농법

풀 한포기 뽑기 위해서 왔다갔다 발품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제초제로 풀을 잡은 논과는 비교가 되지 않더군요.ㄷㄷ

우렁이

모를 심어 놓고 우렁이를 논에 넣었을 땐 "이 녀석들이 풀을 안 뜯어먹고 모만 뜯어먹으면 어떡해?" 
"풀이 많이 나면 다 먹지 못하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이 들기도 했었지요.



논바닥이 수면위로 장시간 노출된 곳엔 풀이 수북했었는데, 수면 아래로 다시 들어가면 며칠 새 훤해 지더라구요. 우렁이의 몸이 커진데다가 번식력이 왕성해서 수많은 우렁이들이 덤벼들었으니, 남아 날 풀이 없게 되더라구요.

논농사

군인처럼 훈련을 받았는지 철통같이 풀만 뜯어먹습니다. "
피"라는 풀은 꼭 벼와 닮아서 논농사를 지어보지 않고는 가려내기가 쉽지 않은데, 우렁이는 귀신처럼 분간을 하더구만요. 무슨 훈련을 받았는지는 몰라도 암튼 벼는 백프로 안전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벼농사

과장된 말로 풀씨를 뿌려주지 않으면 우렁이들이 모두 "아사"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는 장마기간이라서 물길을 내주고 논에도 어느 정도 물을 빼주어야겠지요. 사실 이제부턴 우렁이의 도움이 필요치 않게 되었습니다. 물길을 내준 곳을 따라 멀리멀리 여행을 다니며 제 살길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벼

아무튼 이 녀석들로 벼농사를 짓는 데는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번지(써레)"의 중요성이에요. 번지는 논농사를 시작할 때 논을 갈고(로터리) 난 뒤, 수평이 맞지 않는 논바닥 면을 골고루 펴서 전체 면적이 수평이 되도록 작업하는 과정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과정이 왜 중요하냐하면 논에 물을 대어줄 때, 논바닥의 높낮이가 틀리면 한 곳은 깊고, 한 곳은 물이 차지 않기 때문에 수면 위로 드러나는 논바닥에는 우렁이가 접근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런 곳은 풀도 무한정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논

뒤늦게 물에 잠긴 탓에 
아직 우렁이의 식사거리가 남은 곳이 있었어요. 얼마 되지 않은 이런 풀들은 제가 마무리 했습니다. 

우렁이 농법이라 해서 특별한 건 없고 그저 논바닥이 드러나지 않도록 물 관리만 잘해주면 되더군요. 제초 효과는 농약보다 훨씬 좋았구요, 벼에 농약이 묻을 일이 없으니 또한 안전한 먹거리가 되겠지요.주의할 점은 논 로터리 후 번지(써레)작업을 할 때, 논바닥의 전체 면적이 수평이 되도록 꼼꼼한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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