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따라 흥하고 쇠하는 사업이 있었다면, 시골에서 자리 잡았던 이발소들은 뚜렷하게 쇠퇴의 길을 걸어야 했던 비운의 사업이었습니다. 8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급격한 학생 수의 감소와 90년대 들어 초등학교마저 줄줄이 폐교 하면서 덩달아 견디지 못하고 도미노처럼 문을 닫고 사라졌지요. 이제는 시골에서 이발소의 흔적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저희 젊은 세대야 도로가 포장이 되고 집집마다 화물트럭 한 대 정도는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아무 때고 머리를 깎을 수 있었지만, 발걸음이 힘드신 어르신들께는 다소 아쉬움이 클 겁니다. 아무튼 그런 와중에도 30년간 꿋꿋이 산골 마을을 지켜온 이발소가 있습니다. 

경북 영주시 문수면 와현 이발소가 바로 그곳인데, 머리를 깎으러 시내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을 다소 해소해 주는 곳이죠. 저 또한 5년 전 귀농을 하면서 바쁜 농사철에 이곳을 자주 이용하곤 했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리려 하는지 하늘이 잔뜩 찌푸려져 있습니다.그런 흐린 날씨 속에서 저는 겨울 동안 길어진 머리카락을 깎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았습니다.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오늘은 양손에 카메라를 들고 문을 두드렸다는 거겠지요.

와현

영주시 문수면을 통틀어 이곳이 유일한 이발소입니다. 이곳을 지나 변두리에 사시는 분들한테는 매우 소중한 곳이죠. 참고로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구멍가게를 운영하세요. 시대의 모진 풍파를 견뎌낸 것이 어쩌면 작은 구멍가게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혼자만의 생각을 해 봅니다.

와현이발소

1980년에 개업을 하셨다네요. 

이발소

머리를 감는 곳입니다. 오른쪽은 물을 받는 곳이구요. 

이발소

이발소를 찾은 시간이 오전 11시쯤인데 제가 첫 손님이었지요.



학교 다닐 때의 이발소 풍경을 그대로 보는 듯했어요.

이용실

방을 데우는 연탄보일러 위에 놓여진 양동이가 바로 온수 역할을 대신합니다.
 

이발소

거울 가운데는 주인 아저씨의 소박한 일상이 보입니다. 여가로 등산과 낚시를 즐기신다고 하네요.
월척 붕어는 탁본도 떠 놓았고요. 오시는 손님들께는 이야기 소재가 되겠지요.^^


이발소

이발사의 가운 또한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베여있어요.

와현 이발소

1970년에 이발소 면허를 받고 10년 뒤인 80년에 이곳 와현에 정착을 하셨다고 합니다. 
정식 경력은 42년이지만, 면허를 따기 전부터 이발소 업종에 종사하셨다고 하니, 진정 외길 인생을 살아 오신 분이지요. 다행히 아직도 정정하셔서 오래도록 시골마을을 지키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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