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시간이었어요. 농부의 휴식 시간은 월급쟁이와 같은 시간입니다. 정오이기도 하고 낮 12시라고 하는 시간이라고도 하지요. 삘삘 흘린 땀, 옷에 스며들어 땀내 푹푹 풍겨도 씻지를 못합니다. 아직 일해야 할 오후가 남아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구멍

그 쉬는 시간에 토종벌의 꿀처럼 탐스런 소리가 문밖으로 들려왔어요. 

딱다구리

도르르륵,! 도도도톡!, 따르르락!, 토토토톡!~

듣는 사람의 귀에 따라 표현이 다른 것이 소리 언어지요. 하지만,일부 외국 학계에선 한글이 위대하다고 해요. 왜 일까요?

귀에 들리는 소리를 그대로 글자로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뭐 영어니 일어니 독어니 전 세계의 선진국 언어를 봐도 닭 울음소리, 염소의 음메소리, 이런 거 표현 할 줄 모릅니다. 한글은 유아독존 세계 유일의 모든 소리를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이 지구 상의 유일한 언어지요. 제가 대한민국 국민이라 한글을 자랑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사실입니다.

그래도 한글이 단점이 있습니다. 그 완벽한 언어를 구사하려면 스물 여덟 글자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스물 네 글자와 서울의 억양만 표준으로 삼아 왔던 게 한글의 힘을 많이 잃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한글이 그래서 많이 딱딱해졌어요. 톳과 톹, 홑과 홋, 아래하를 제대로 발음하는 곳은 이제 제주도의 변방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교양 있는 표준어를 삼아 왔을수록 우리 한글의 힘이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표준어는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할 것 없이 모든 소리가 표준어야만 한글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라도 깨닫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할 것 같아요. 

요놈의 딱따구리란 놈이 다그닥 다그닥, 토토톡 구멍을 뚫길래 호기심으로 찾아가 봤더니 금새 도망가 버렸어요. 그래서 전 미안한 마음에 다시 찾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놈의 새끼, 가까이 가는 걸 허락도 않네요. 아쉽지만 허락 없이 간 제가 더 나쁜 놈이었습니다. 자연과 가까이 하는 놈은 이렇게 친구 사귀기도 힘드나 봐요.

그래도 아쉽진 않습니다. 친구 절대 사절이라 밝힌 그놈의 딱따구리가 집을 짓던 곳이 제가 안식처로 있는 집이랑 마주 보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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