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은 아직 까지 학교에 입학하지 않았습니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곧 <유치원>이라는 익숙한 이름이 사라진다고 하네요. 앞으로는 일제의 잔상이 남아있는 이름을 없애기 위해 <유치원>이라는 이름을 <유아학교>로 개명한다고 해요. 뜻이 그렇다면 좋은 거겠지요!~~

지난 달 말까지만 해도 겨울이 언제나 올까 싶을 정도로 바람도 잠잠하고, 날씨라고 하기에는 이상하리 만큼 포근했던 기억이 있어요. 거기에다 4월 봄비처럼 보슬보슬 비도 이어졌고요.

그렇게 달력의 한 장을 찢었는데, 찢자마자 시퍼런 서슬처럼 매우 돌변한 날씨에 당황할 새도 없이 제 어린 딸이 등굣길에 노출되어야 했어요. 부모 입장에선 아직 다섯 살밖에 안된 딸을 동장군의 병사들 앞으로 내보내는 게 마음 편할 리 만무했지요.   

그래서 오늘 오후엔 마당에서 늘 하던 일로 낫 한자루 들고서 나무를 쪼아도 아내나 저나 눈길은 마을 앞길에만 가 있었습니다.~~

정오 해가 마당을 비추고 있어도 맥을 추지 못할 만큼 매서운 바람이 이어져 더욱 하교 하는 딸의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질 때쯤..

마침내, 노오란 버스가 마을을 돌아나갔습니다.~~

"후다닥!~~"

버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낫을 내팽겨 치고 달려나간 삼거리에서...

아이

마을 언니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오더랍니다!~~

꼬마들

(내딸 맞나?~~) 넘넘 방가웠어요.



손을 잡아준 마을 언니의 모습이 제 딸애를 가리고도 남을 정도로 든든해 보이기도 했고요.


아이

눈을 닦고 보고 카메라 렌즈도 닦고 봐도 이 겨울 맹추위를 이겨내며 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의 풍경입니다.


아이들

저만치에서 걸어오는 아이들에게 멈추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역시나 아이들 답게 그냥 지나치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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