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워낙 시골 태생이라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저희집 모든 방문은 문살에 창호지 한 장으로 칠해진 것으로 겨울을 났습니다. 창호지 또한 한지와 같이 주재료가 닥나무에서 벗긴 닥섬유입니다. 조선시대나 있었을 법한 이 창호지 문은 어지간한 시골이었다면 90년대 초반까지 이용되었을 거예요.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이 문은 부수려고 하면 세상에서 가장 연약하기 그지없는 문이지만, 햇빛 투과율 만큼은 유리창문 다음으로 꼽히리라 장담합니다.



한지도 쓰임새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눈처럼 뽀얀 한지에서부터 누른색이 붙은 한지.. 
또 얇거나 두꺼운 한지..




도침지는 그야말로 두꺼운 한지 중에 상 두꺼운 한지였어요. 보통 상장이나 임명장에 쓰인다고 해요. 도침이란 말은 종이를 두드려서 강도를 올린다는 뜻이에요.

기계가 없던 옛날에는 도침지를 새벽 이슬에 물기를 머금도록 한 뒤에 주구장창 방망이로 다듬이질을 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기계가 대신 두드려 주니 그나마 편해졌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맨 마지막 공정인 도침을 빼면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으로 한장 한장 뜨고 말려야 해요. 

한지

이번엔 제가 생소하게 봤던 한지입니다. 한지라 함은 그저 투박하고 하얀 종이만 생각해왔는데, 한지에도 문양과 컬러로 염색 되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어요.


염색지

손수건으로 써도 되고 밥상을 덮는 보로도 사용할 수 있고,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 염색 공정 또한 기계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고 수차례에 걸쳐 한 단계씩 수작업으로 이루어야만 자연스럽고 은은한 색을 얻을 수 있다고 해요. 

물론 기계로 인쇄한 염색 한지도 있었는데, 나란히 놓고 비교해볼 수 있게 배치되어 있어서 저처럼 미적 감각이 없는 사람도 그 차이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장판

한지야, 한지야..~~ 

이렇게 두꺼워도 되는 거니?~

정말정말 두꺼웠어요. 도침지 두배 이상으로...

그럼 어디에 쓰이려고 이렇게 두꺼운 건지..

사실 전 두루마기 상태로 비닐봉지 안에 들어있는 것을 보고는 대충 짐작했었어요. 그리고 딱 들어맞았다는..


장판

바로 장판지입니다!

어제는 장롱과 궤짝, 한복으로 놀래키더니 오늘은 또 장판지로 날 놀래켜?

한지의 변신은 무죄라고 합니다. 

왜?

한지는 그 어떤 제품으로 변신해도 팔방미인이 되니까요.^^

장판지

이제 좀 그럴싸한 장판지로 보이세요?~



한지 장판에 옻칠이 칠해져 있는 제품입니다. 옻에 약한 분들도 옻이 오르지 않도록 처리 되어 있고요. 순수 닥나무섬유로 만들어진 장판이라서 등이 자연과 더 친화적으로 어울릴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 생각이 와 닿는데 갑자기 한 가지 의문이 확 떠오르더랍니다.

한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시는 내용이자나요?

그렇다면 옛날에도 이런 장판이 개발되어서 누구는 사용했을까요?^^

짚신 신고 다니던 시절에 말이에요~
 

한지

영화의 특수효과처럼 한지에도 특수효과를 넣은 제품이 있었어요.
한지에 구김을 넣은..ㅎ


한지

한지의 종류와 쓰임새가 이렇듯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그 우수한 한지의 세계로 떠날 때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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