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파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일어났어요. 오후 해거름녘에 창고에 다녀온 아내가 대파가 없다며 물어왔습니다.

"아, 그거? 짓 무른 것 같아 연탄 치울 때 같이 버렸는데!~"

저희는 연탄으로 난방을 하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수거해서 밭에 흩뿌려 놓습니다. 그때 짓 무른 것 같은 대파도 함께 갔다 버렸지요.

"저녁 준비해야 되는데, 멀쩡한 걸 버리면 어떡해?"

멀쩡하다니요? 쩝!~
다행히 저희 집 텃밭엔 아직도 캐지 않은 대파가 여러 포기 있었어요.

"내가 금방 캐다 줄게! 몇 포기나 필요한데?"

"세 포기!"

알았다고 큰소리 뻥 치고 텃밭으로 달려갔습니다.

대파농사

대파가 참 이상해요.
눈이 얼어붙고 어마어마한 혹한이 이어졌는데도 잘살아 붙어있어요.


대파수확

혹한에서도 잘 견디고 있는 대파가 신기해서 잠시 넋 놓고 감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제 고난은 대파를 뽑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대파심기

"어랏!~"

손으로 잡아 당겼더니 말라버린 껍질만 미끌어지듯 벗겨지고 대파 뿌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텃밭

비닐을 찢고 흙을 긁어봤더니 두껍게 얼어서 콘크리트처럼 딱딱했어요. 안되겠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고 작업하기 좋을 것 같은 꼬챙이를 구해와 다시 땅을 파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파 세 포기를 후다닥 뽑아갈 줄 알았지요.~ 

대파

드디어 꼬챙이로 작업 시작!~~



"잉, 이게 뭐꼬?~"

꼬챙이로 콕콕 찍으면 쉽게 뽑힐 줄 알았는데, 무슨 흙덩이가 쇳덩이처럼 야물답니까? 
주먹돌로 두드리면 좀 나을까 싶어 주위를 살폈더니 쓸만한 녀석은 대파처럼 땅에 꼭 붙어
있었습니다.흑..

대파수확

"이야압!~~"

에고, 아직도 더 파야 할 듯..
이러기를 반복하는 사이 흙을 만졌던 손이 시려오기 시작했어요.~

대파농사

뽑힐 듯 말듯 하면서도 뽑히지 않고 애만 태우고 있었어요. 파낸 돌로 받쳐 주고 지렛대처럼 눌러도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땅이 한번 얼어버리면 정말이지 쇳덩이만큼 야물어지나 봅니다.


대파캐기

참 난감했어요. 집에 돌아가서 곡괭이를 가지고 다시 올 수도 없고...
이 상황에 세 포기는 고사하고 어떻게 해서든 이 녀석만이라도 뽑는 대로 가져가야겠다?
그런 생각으로 대파와 씨름하고 있을 때,,

대파

마침내 톡 부러지듯 튕겨나가는 대파뿌리..

물고기가 수면 위로 뿅 날아오르는 것처럼 날아가더군요.ㅎ
아무튼 전, 한 뿌리도 캐지 못하고 갈까 봐 십년 감수 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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