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이웃에 사시는 할아버지께서 저희 집에 행차하셨어요. 

"담배 끊었다며?"

"네!~"


작은 마을이라 소문도 무척 빨리 전파됩니다.

"나이 많은 사람도 끊기가 힘이 드는데, 젊은 사람은 더더욱 힘드제!~"

"논두렁 밭두렁에서 담배가 없으면 일도 내팽개치고 집으로 쫓아가게 되어있는데,,,
 의사가 담배를 피우면 죽는다고 하기 전까지는 절대 못 끊는다!"


이웃집 할아버지마저도 금연의 어려움에 대해 연설을 하시는 거 보니, 어지간히 어렵긴 어려운가 봅니다.

저 역시 그 정도의 고통은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금연을 하지 않으면 의사의 사망 진단이 아니라 미쳐버린 세금 폭탄에 재정이 파탄 나서 어차피 죽게 되어있습니다.

감당할 수 없다면 무조건 끊어야 한다! - 금연 2일차.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차에 올라타고 바로 시동을 켰지요. 장장 네 시간 동안 밭에 나가있어야 했지만, 빈 주머니임에도 어떤 갈등이나 불안감 같은 것이 전혀 생기지 않았어요. 이건 예전 같았으면 꿈도 못 꾸었을 일이에요. 담배 두 보루를 사다 놓았을 때부터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체면을 걸어왔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서 일을 하다가 잠시 쉬는 타이밍이 왔을 땐, 매우 낯선 상황에 부딪히기도 했어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타이밍에는 주머니에서 담배 개비와 라이터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야 했거든요. 옆에서 지켜보는 아내의 웃음으로 당시 상황을 대신하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밭에는 담배를 파는 구멍가게가 없을 뿐더러 다니는 사람이 없어 버려진 담배꽁초 하나 없는 곳이에요. 그런 곳에 장장 네 시간을 일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담배와 라이터가 없어도 일하러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인 하루였어요.

그건 그렇고 금연 2일차의 증상은 어땠을까요?

군것질

제 컴퓨터 책상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치운 지 이틀이 지나자, 생전 먹지도 않던 과자며 귤껍질이 수두룩해졌어요.

금연 2일째, 흡연에 대한 유혹과 스트레스로 녹초가 되어가는 증상들만 나타나다가 식욕이 당기고 무엇인가 자꾸 먹고 싶어지는 증상이 찾아왔어요. 이거 좋아할 일 만은 아닌 듯...

좀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현재는 군것질이든 무엇이든 식욕에 대한 자제가 잘 이루어 지지 않고 있어요. 한번 구미가 당겼다 하면 거의 폭식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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