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해 농사를 짓고 방치해 두었던 하우스에 청소를 하러 갔습니다. 남이 쓰던 하우스 두 동을 운 좋게 구입해서 작년부터 농사를 지었지요.  수박 700포기를 심어 400만 원이 나왔으니 아무래도 노지에서 농사짓는 것 보단 수익이 훨씬 좋더라구요.(노지는 평균 300)  물론 하우스 특성상 비를 맞지 않으니 품이며 농약 값도 훨씬 적게 들어갑니다. 

그런 짭짤한 수입을 주는 곳이다 보니, 차일피일 미루어 놓았던 하우스를 빨리 청소하지 않는다며 아내의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 성화에 못 이겨 오늘은 아내와 함께 하우스로 출발했지요. 그런데, 호미를 챙겨 들고 나오는 아내, 하우스에 가면 냉이가 많다나요.ㅋ

(사실 누군가가 이미 캐가고 없는 것을 저는 알고 있었지요.) 

하우스

역시나 하우스에 오니 크게 실망부터 한 아내, 남은 냉이라도 일을 마치는 대로 캘 거라며 하우스 안 고추대궁부터 주워내기로 했습니다. 농사란 것이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잘되지 않습니다. 최소 부부가 손발을 맞추어야 어느 정도 지을 수 있지요.

할머니


 한참 손발을 맞추어 일을 하고 있는데, 마을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언제 오셨는지  냉이를 캐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내가 일을 하다말고 밖으로 뛰쳐나갔지요. 
 "할머니, 그 냉이 우리 거예요!" 라며 할머니께 반 엄포(?)를 놓습니다.ㅎ

아내


일은 뒷전, 할머니 옆에 앉아 냉이를 캡니다.
안 그래도 없는 냉이 조금이라도 손실을 막기 위해 할머니 옆에 바짝 붙었습니다.

냉이


잠시 뒤 할머니의 호미가 움직이는 곳마다 아내의 눈도 따라 다니더군요.ㅋ 새로 올라오는 냉이가 너무 작아서 포기하고 능수능란하게 움직이는 할머니의 호미만 쳐다보는 거에요.

냉이


그러다가 결국 비닐봉투에 담긴 할머니의 냉이만 사진에 담게 되었지요. 사실 냉이는 밭에 일부러 심어 놓은 것이 아니기에 임자가 따로 없습니다. 그저 남들보다 빨라야만 맛볼 수 있지요. 어쨌거나 이 지역에서 봄철 보양식과 같은 냉이를 먹어볼 날도 그리 오래 남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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