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출게 없는 부부라 할지라도 프라이버시 때문에 결혼생활 6년이 되도록 아내의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를 단 한번이라도 들여다보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에 우연찮게 볼 기회가 찾아왔어요.

둘째를 낮잠 재우고 있던 아내한테 이웃 마을 일손을 서로 도와주고 지냈던 형수님의 핸드폰 번호를 물었더니, 핸드폰에 저장되었다며 확인하라는 것이었어요.

전화번호부

그랬더니...ㄷㄷ~

도대체 제가 필요한 전화번호가 어느 것인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집헝님>은 앞집 형님의 호칭인 것 같고 <에뻐언니>는 <예쁜 언니>라는 말 같았는데, 예쁜 언니가 누구인지 몰라서 또 아래로 내려봤어요.


연락처


<헹님>은 <형님>인 것 같은데 아내 입장에서는 형님이 많기 때문에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을 정도..ㅋ



결국 전화번호 찾는 것을 포기하고 둘째를 재우고 나올 때까지 아내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형수님 전화번호가 어떤 거야?"
"여기 있네!~"


아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에뻐언니>였어요.

"이게 뭐야?"

왜 <예쁜언니>라고 핸드폰에 저장했는지 궁금했거든요.

그러자 아내 왈!~

"예쁘잖아!~~"

아내한테 살갑게 대하곤 했는데 그래서 더 예쁘게 보였나 봐요.

이제 한국말도 능통하게 구사하고 한국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베트남 아내입니다. 된장이나 김치 같은 것도 오히려 맛을 더 낼 만큼 요리도 잘해요. 하지만, 핸드폰 속을 들여다봤더니 서툰 한글 실력이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었겠어요?
눈가에 눈물이 맺힐 만큼 실소를 터트리긴 했어도 흉이 아닌 애교로 보인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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