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저희와 같은 둘 남매를 둔 이웃 마을의 후배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왔어요. 아시다시피 시골처럼 조용한 곳에서는 또래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여건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부모의 왕래가 아니면 친구들과 놀 수가 없답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신이 났겠지요?

뛰어다니는 것은 여사고 방마다 쫓아다니며 장롱 문을 열어, 차곡차곡 개어 놓은 옷가지들을 풀어헤쳐 놓기도 하고 또 그 안에 들어가서 놀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해도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서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 오늘 따라 유난히 장롱이나 서랍장 같은 비좁은 공간에서 놀기를 좋아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건 데 저도 어릴 적에 자주는 아니었지만, 혼자 장롱 속에서 놀다가 잠이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일단 서두가 자꾸 길어지고 있으니 사진 보면서 계속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남매

방에서 뛰쳐나온 녀석들이 이번엔 거실 한켠에 있는 조금은 오래된 서랍장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우리 쭌이와 비슷한 개월 수의 남자 아이는 지금 아빠 곁에서 무언가 열심히 먹고 있기 때문에 놀이에서 빠져있어요.

유아

닫혔던 문이 어느 순간 활짝 열렸습니다.



한동안 서랍장 문을 꼭 닫아 놓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셋이 무엇을 하고 놀았을까요?

장롱

제가 보기에는 혼자도 비좁아 보이는 좁은 공간에서 셋이 갇혀있다시피 하며 놀았을 텐데, 표정들은 영 딴판입니다. 

남매

지난 번에는 싱크대 안에 들어있던 접시들을 쭌이 혼자서 몽땅 밖으로 내던지고는 그 안에 들어가 놀고 있었어요. 제가 싱크대 문을 열었을 때, 가만 보니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쉬고 있는 모습이랄까요.

이제 이야기를 추스려보겠습니다.

저도 많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에 분명 한두 번 정도는 장롱 속에 들어가 놀았던 기억이 있고 제 아이들 역시 다른 집 아이와 마찬가지로 이런 작고 폐쇄된 공간에서의 놀이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여기저기에서 정보들을 수집하던 중에 우연찮게 이런 행동들이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글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이불 속에 들어가는 유아들의 표정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참 편안해 하는 표정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오늘 장롱 속에 들어간 아이들 표정을 보면 장난기가 다분한 밝은 표정들을 짓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놀이의 공간으로만 보기에는 다소 부족한 설명 같아, 두 아이 아빠로써 나머지 이유를 찾아보게 되었어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