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에 서울 고모로부터 선물을 듬뿍 받은 은수, 그 중에 핑크빛 운동화도 있었습니다. 굼뜬 아빠는 동생이 서울 가는 날까지 몰랐어요. 그냥 집에 있던 신발인 줄 알았지요. 얼핏 봤을 때, 왜 이렇게 새 신발일까 의심이 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덜렁한 성격이라 그냥 넘겨버린 탓입니다. 

그런데, 우리 은수 하루는 아빠랑 단 둘이 읍내에 나가게 되었어요.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조수석에 탄 은수가 갑자기 차를 세우라고 하더군요. 그리곤 바닥에 떨어져 있던 휴지 한 조각을 줍더니,,


여자운동화

이렇게 운동화를 닦기 시작했어요.

"와,황당!~"

아빠가 여태껏 사주었던 운동화며 부츠는 이런 호강을 누려보지 못했는데..

아이 운동화

처음엔 오른쪽 운동화부터 닦았습니다. 나잇살에 맞지 않게 아주 꼼꼼하게 닦더라구요.

"차별을 한 것 같은 오늘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거야!"


차 안에 있던 카메라를 들었더니 이번에는 보란 듯이 왼쪽 운동화를 의자 위에 탁 걸쳐 놓고 닦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신발

"너 이래도 되는 거니?"

아빠가 사준 신발들은 진흙이 묻든 말든 신경도 안 썼으면서..

운동화

왼쪽이 지난 가을 쯤에 아빠가 사주었던 운동화예요. 색깔만 틀리지 생긴 것도 비슷한데, 차별 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운동화를 깨끗하게 관리하려고 하는 딸아이의 이런 모습은 참 반길만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쭈욱 이런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고모가 사준 신발에 비해 아빠가 사준 신발들은 메이커가 아니라서 그런지(메이커가 아직 무엇인지 모를 거라 생각하고 있지만..), 천대 받아오지 않았나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