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 생활을 오래한 탓에 정월 대보름날은 그저 그리움으로만 간직한 채 지내왔어요. 어릴 적엔 정월 대보름달이 뜨면 친구,선후배들이 모여 자치기와 남의 집 무 서리도 감행했던 소실 적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이제 겨우 고향에 내려와 가정을 꾸리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오곡밥에 묵나물까지.. 잊고 살았던 날들을 무색케 만든 저희 집 정월 대보름날 아침 식단이었어요.

정월대보름 음식

제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는 부모님과 떨어져 자취생활을 했기 때문에, 초등학교 다닐 때나 먹어봤음직한 정월 대보름날의 메뉴들입니다.


오곡밥

대추와 밤,곶감,팥,수수,찹쌀이 들어간 오곡밥이에요. 
참으로 길게 길게 돌아온 그리웠던 음식입니다.


피마자나물

사실 정월 대보름날 밥상에 올려지는 피마자 나물이 대보름날을 맞이해 저희 집 밥상에 올려질 지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올핸 꼭 맛보세요> 하늘의 그런 지시가 있었는지 보름 날에 쓰일 묵나물이 신기하게도 여기저기에서 막 건네져 왔어요.


묵나물

건네주시는 분이 취나물이랑 무슨무슨 나물이라고 했지만, 취나물이란 이름만 기억에 남아있어요. 

찌개

이건 한눈에 봐도 딱 어머니의 솜씨입니다. 동지 섣달 귀한 날을 맞이하게 되면 구경할 수 있을까 말까 했던 두부와 꽁치가 들어간 당시에는 최고급 찌개 중에 하나였어요.

올해의 정월 대보름달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그리 크지 않다고 해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하루 종일 오곡밥에 묵나물과 시원한 찌개를,,

향수에만 젖어있다가 원 없이 먹어봤으니 주인공을 만나러 옥상에 올라가 봐야겠지요. 아쉽게도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가슴속에 정말정말 큰 보름달을 담아왔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있을까요?

그래도 대보름달을 보며 건강도 빌어보고 올핸 운수대통 해주십사 빌긴 빌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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