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쉽사리 눈에 띄지 않았어요. 이러다간 아이들한테 냉이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구경도 시켜주지 못하고 집에 가게 생겼습니다. 
세 살 아들까지 따스한 햇살에 유혹 당해 들녘에 나온 이상, 어떻게 해서든 냉이 한 뿌리라도 건져야 할 텐데요..

냉이

오늘 처음으로 냉이와 마주친 곳이에요. 이건 거의 <심 봤다!> 수준입니다.
얘들 가만 보면 넓은 밭보다는 경사가 있는 밭둑 같은 곳에서 더 자주 출현하더군요.


냉이

이른 봄에 자연이 내려주는 커다란 선물 같습니다.
아무튼 오늘의 첫 수확물을 찰칵!~

은수

엄마가 캐고 있는 옆자리를 비집고 들어온 은수..
호미가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울 은수도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보아야 할 텐데 말이죠.

냉이캐기

호미로 열심히 땅을 그려 놓고선 으랏차차...

"은수야, 뿌리 끊어지면 안되는 거 알지?" 


딸

"와, 대박이다!"

은수가 캔 냉이의 뿌리가 엄마가 캔 것보다 오히려 더 굵었답니다. 


은수

와, 크다고 아빠가 싱글벙글 좋아했더니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였어요.


남매

이때 세 살 동생이 지켜보고 있다가 누나의 손에 들려져 있는 호미를 갖고 싶어 조르기 시작했답니다.


남매

호미 달라고 보채는 동생한테 손사래를 쳐가며 단호하게 거절했어요. 


"넌 호미 갖고 있으면 안돼, 다친단 말이야!"

그리곤 곧장 자리를 뜨더군요.


은수

이번엔 다른 장소에 왔어요. 여기서도 평평한 밭보다는 밭둑에 냉이가 더 많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엄마한테 배운 솜씨를 오늘 제대로 써먹고 있는 은수예요.


아들

조금 전에 호미는 절대 너 줄 수 없다고 손사래 쳤던 누나를 그래도 졸졸 따라다니며 쳐다보고 있어요.

"그래 나 쥬스나 마시지 뭐!~" 


냉이

처음 왔을 땐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구경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했었지만, 운 좋게도 양지 바른 밭둑에서 냉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봄 향기 가득 담은 보드라운 냉이를 맛있게 무쳐 먹는 것도 행복한 한때가 되겠지만, 그것보다 오늘 제가 더 바랬던 건 따스한 봄볕 타고 아이들이랑 들녘에 나와 자연을 체험하는데 의미를 더 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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