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은수가 어린이집에 다닐 수 있었던 건 농삿일을 뒤로 미뤄 놓고 우선적으로 아이의 육아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읍내까지 약 20킬로미터를 하루 두 번씩 왕복하면 하루에만도 80킬로를 운행해야 했는데, 경제적인 비용 뿐만 아니라 농삿일에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요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런 어린이집이 아니라 전국에서 우수한 어린이집으로 뽑힐 만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었어요.

어린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버스가 세 대가 있을 만큼 예천에서는 가장 큰 어린이집입니다. 은수가 그 어린이집을 졸업할 당시에는 원장선생님이 책을 출간할 만큼 열의도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가 사는 지역의 어린이들이 열 명이 넘어 서도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끝내 버스 운행은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다섯 살이 되었을 땐 초등학교에 딸린 병설유치원으로 보내게 되었어요. 초등학교에서는 스쿨버스가 저희 마을을 경유하고 있었으니까요. 문제는 둘째가 세 살이 되면서 또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은수 때처럼 아빠가 직접 태우고 다닐 수도 없어서 포기한 저와 그래도 보내야 한다는 아내와의 불협화음이 현재 진행형으로 꾸준히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거든요.

아들


그러다가 아내의 국적취득 시험문제를 가르치고 있는 다문화가정 선생님께서 이 마을에 서너 살 아이들이 많은데, 어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면서 여러 군데로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 후, 예천의 많은 어린이집 중에 성당에서 관리하는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예전부터 여기저기 다 알아보았던 관계로 큰 기대는 걸지 않고 찾아가 봤어요.


(수녀님 말씀) 우리가 여러 군데 알아보니 모두 안된다고 하더라.. 여긴(성당) 버스가 한 대 뿐이지만, 운전기사 분이 오시면 방법을 강구해 보겠다. 그렇게 말씀 하시더라고요.


그런 일이 있고 며칠 지난 후, 오후 한적한 시간에 운전기사 분과 함께 저희 마을을 직접 방문해주셨습니다. 여러 타협점을 놓고 설왕설래 하다가 기존에 다니는 아이들을 모두 태워주고 난 후인, 오전 10시에 아이들을 태워갈 수 있다. 그리고, 저녁 6시 30분에 마을에 도착 시킬 수 있다는 운전기사 분의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주었어요. 기존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을 기존 시간에 모두 태워주고 운행할 수 밖에 없다고 하셨거든요.

그거라도 어디입니까? 산간벽지라서 포기해야 했던 어린이집을 다시 보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세살


그래서 우리 둘째 2년 간 엄마의 품에서만 배워야 하는 딱한 처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그것도 내일 아침(월요일)부터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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