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엔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올해로 갓 세 살이 된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산간벽지 마을이라 여건이 마땅치 않아 어린이집을 포기하고 있다가 기적적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뒤늦게라도 갈 수 있게 된 사연은 지난 포스트에서 말씀드려서 패스하고 오늘은 어린이집에 첫 신고식을 치르러 가는 세 살 아들의 표정을 보고자 합니다.

누나인 은수는 아빠의 각오 하에 어린이집을 무사히 다닐 수 있었지만, 둘째 녀석은 아빠가 어린이집을 포기했다가 갑자기 다니게 된 사례라 감격 속에 지켜봤답니다.

현관문

아들이 춥지 않도록 출발 10분 전에 자동차에 예열을 시킨 뒤, 뜻하지 않게 곧장 뒤따라 나오는 바람에 세 살 아들의 표정을 놓칠 세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밤새 저희 집 현관 앞이 무방비 상태에서 찍혔답니다. 

아기

드디어 태양보다 눈부신 아들이 현관문을 씩씩하게 열어 재키고 아침을 맞습니다. 순수하게 세 살 아들의 힘으로만 쇳덩어리 현관문을 열고 나왔어요. "나 이래 봬도 고추 달고 나온 세 살이라니까요."


세살 아들

어제 저녁부터 쭌이 엄마가 꼬박꼬박 야물딱지게 챙겨 놓은 준비물이에요. 

"그거 이리 줘!, "내꺼란 말이야!~"

비록 아직 까지는 세상을 뒤뚱뒤뚱 걸을 수밖에 없는 세 살이지만, 자기 물건 다 알아본답니다.

성심어린이집

우리 둘째가 어린이집을 다닐 수 있게 된 이유는, 저 앞에 보이는 노란 버스가 운행을 해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첫날 아침부터 제 차로 오게 된 건 병원을 거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성심어린이집

저는 엄마와 아들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찍고 싶었는데, 느닷없이 마눌님이 뒤돌아서서는 이 길이 맞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어린이집

"노란 버스가 있으니 당연히 그 길이지!" 


경상도 남자의 짤막하고 투박한 답변..


성심어린이집

여기가 세 살 아들이 1년 간 집처럼 따스하게 보내야 할 곳이에요.

아니, 그런 아기를 둔 아빠 입장에서 보면 놀이시설 하나 갖출 수 없는 집보다는 훨씬 많은 모험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오히려 더 따스한 집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미끄럼틀

어린이집 건물 앞에 놀이시설은 아마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흔한 풍경일 겁니다.
제 눈에도 예쁘게 보이는 미끄럼틀을 먼저 찍고는 세 살 아들의 반응은 어떨지 막 궁금했어요.

엄마와 아들

"와, 이게 다 뭐꼬?"

제가 조금은 짐작했기 때문에 먼저 사진 찍을 준비를 했답니다.


미끄럼틀

"어린이집은 거기가 아니에요."

엄마 손에 이끌려 오던 쭌이가 미끄럼틀을 보자마자 반대로 엄마 손을 이끌고 미끄럼틀 쪽으로 내달렸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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