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람이 잠잠해졌군요. 농촌에선 바람이 심하게 불면 걱정인 것이 시설하우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설하우스는 모든 구조물이 철로 되어있어서 실제로 하나하나 들어보면 꽤 무겁습니다. 거기에 철 구조물이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바람에도 끄덕이지 않아요.

하지만, 지붕 역할을 하는 비닐이 이 철 구조물을 둘러싸고 있어서 강한 바람을 만나면 뼈대 역할밖에 하지 못합니다. 강력한 바람이나 돌개바람을 까닥 잘못 탔다가는 정말 낙하산 보다 더 우습게 바람을 타거든요. 
이런 시설하우스가 봄바람에 특히 취약한 것은 겨울 내내 꽁꽁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지반이 약해져 있을 때 부는 바람이라 그렇습니다.


강풍

올핸 저희 집 시설하우스가 봄바람에 제대로 누워버렸네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며칠 간 강력한 바람이 이 지역을 관통했어요. 저희 집 시설하우스 뒤에는 바람막이 산이 병풍처럼 막고 있어서 뒤돌아 나오는 바람의 영향도 많이 받은 듯 해요.

아침부터 불던 바람은 새벽이 되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불었습니다. 한시도 쉬지 않고 불어 대니 은근 걱정이 되어서 올라가 봤어요. 때마침 하우스가 통째로 하늘로 오르기 시작하더군요.

돌개바람

제 시설하우스가 통째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어요. 그런데도 걱정보다 바람의 자태에 감탄을 하기 바빴다는.. 물론 찰라의 순간이었지만요.


바람은 형체가 없어서 투명망토를 쓴 것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입니다. 살갗을 스치거나 나뭇잎이 흔들거려야 알 수 있는 존재이지요. 가끔 이번 바람처럼 강력하게 불어올 땐 소리도 지르긴 하지만, 바람은 언제나 다른 사물을 통해서만 보여집니다. 그런 바람이 제 하우스를 하늘에서 춤추게 만들어 놓았으니 허공에서 산들산들 춤추는 철 구조물 보고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었겠어요?


하우스 철주

철주와 철주를 이어주는 이음새도 깔끔하게 찢어진 종잇장처럼 두 동강 내는 건 일도 아니었답니다.


시설하우스

그나마 벼 육묘용 하우스라 현재는 텅 비어있던 하우스였어요. 그러니 예전에 조립했던 것을 틈틈이 풀어헤치고 다시 조립하면 됩니다. 그래도 속세의 인간인지라 속이 영 쓰리지 않는 건 아니에요.

이래도 다시 해야 하고 저래도 다시 해야 하니, 바람 타고 춤추다가 뒤집어진 하우스 철 구조물들의 아름다운 공연에 위안을 삼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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