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가 일주일에 한번 마을회관에서 한글 수업을 받는 날이에요. 3월부터 다문화가정 센터에서 출장 한글 수업을 시행했는데, 그날이 되면 아이들 돌보는 것이 서툰 아빠가 바짝 긴장을 하는 시간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이 내일(11일)은 아이들의 외할머니,외할아버지가 저 멀리 베트남에서 오시니까 딱 오늘까지만 고생하면 끝이었답니다.

청소

세 살 쭌이를 누나한테 잠시 맡겨 놓고 뒷밭에 있는 모종 하우스에 다녀왔을 때입니다. 동화책이 이리저리 막 오려져 있었어요. 틀림 없이 가위를 갖고 놀았던 것 같아요. 세 살 쭌이 손에 가위가 들어갔다면 위험한 놀이가 될 뻔했다는 생각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던 순간입니다.

남매

그리고는 어지럽혀 놓은 장소에서 비켜 앉아 아빠 앞으로 날아온 고지서를 펴놓고 딱딱한 생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답니다.


남매

아빠가 없는 사이 참 여러 가지 일을 벌여 놓고 있는 남매..


그 와중에 라면을 바라보는 쭌이 눈길은 아주 리얼했답니다.


남매

라면을 집어주길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표정이었거든요. 정말이지 아빠가 들어와도 본체도 하지 않았어요.

밖에 잠시 나갔다가 오는 것도 이렇게도 힘이 들었어요. 반나절 꼼짝 하지 못하고 아이들과 함께 실내생활을 겪어보니.. 바깥으로 돌던 아빠에겐 큰 시련이었습니다.

그나마 세 살 위인 은수가 누나역할을 잘해주고 있어서 틈틈이 마당에 나갔다 올 수 있었지만, 그래도 가슴 속에선 간절한 한마디가 막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여보, 어서 돌아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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