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는 진작 물러갔고 함박눈은 자취를 감춘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3월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는 것 같아요. 언제 그랬나며 갑작스레 포근한 아침을 던져주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있으니 말이죠.

그런 변덕스러운 날씨 덕에 오늘 아침 저의 일상 계획도 갑자기 바뀌어 버렸답니다. 밭으로 갈 계획이 논으로 온 가족이 총출동하게 되었으니까요.

농삿일은 역시나 손이 많아야 즐겁습니다. 일이 빠르고 일을 나누어 즐거운 게 아니라 같은 맥락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뒤돌아 봤을 때 이루어 놓은 게 넉넉하게 보여서 즐겁습니다.

베트남 아내

오전 참 시간이었어요. 고향 선배가 경남 진주에 들렀다가 어마어마하게 맛있는 딸기를 선물해준 덕에 따스한 봄볕 만큼이나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진주 딸기

사진의 조예가 깊지 않을 뿐 아니라 실컷 먹다가 필 받으면 사진을 찍는 스타일이라서, 늘 허겁지겁 달려가는 제 인생처럼 바구니에 담긴 딸기도 그런 면을 넘어서지 못하네요.

오전 참 시간이 끝나고..

고부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이상하게도 큰 논 면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찌 달싹 붙었는지 모르겠어요. 오늘의 주제와 상관없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 중간에 세워진 저 짚단이 꼭 저의 처지와 닮아서 살짝 올려봤어요.


어머니의 아들로서, 아내의 남편으로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더군요.


베트남 사람

지난 가을에 콤바인 기계가 들어와서 추수를 끝내고 곧장 짚을 걷지 못해 이 난리를 치르고 있습니다.
옛 어르신들 말씀에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어요.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지 난감할 때는 먼 일부터 이뤄 놓고 봐야겠습니다. 오늘내일 해결할 일을 오히려 뒤로 던져야 분주함이 빨리 끝나더군요.


모녀


엄마와 딸이 베트남 모자를 눌러 쓰고 한가롭게 마주 앉아있는 모습이 참 이국적으로 보였어요. 조금 전 논둑 위에 앉아 참을 쉴 때도 느꼈고, 짚을 묶을 때도 느껴졌답니다. 행여나 한국의 이상을 쫓아오다가 농지 정리도 안된 이런 곳까지 오게 된 처지를 한탄하고 계시지는 않을까,,

미안하게 할 수 없을 만큼 베트남 고국의 정취를 물씬 풍겨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둘 모녀가,,
둘 부녀가,,

때로는 장인, 장모님 사이에서 오가는 빠르고 언성 높아진 베트남 말씀에,, 

저는 가끔 혼돈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여긴 내 친숙한 들녘인데, 왜 베트남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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