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이 많이 따사로워졌습니다. 그 덕분에 몇 가구 되지 않는 저희 마을을 돌아다녀 보면 친근한 이웃 할머니 분들을 만나 뵙기가 좀 더 수월해졌어요. 하루는 마을 지도자로서 집집마다 방문하게 되었는데, 봄볕을 쬐고 계시니 그만큼 일 보기가 한결 쉬웠답니다.

할머니

마을 첫머리에 있는 집은 아무래도 손님이 더 많습니다.
터 자체가 아지트인 거죠.

주인 할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옆집에서도,,
장터에 다녀오신 할머니도, 사람 소리에 이끌려 들어오기 좋은 조건이거든요.


할머니

도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 중에 하나가 사람 소리 나면 너도나도 찾아 듭니다. 아직 보잘 것 없는 저에게 지도자라는 직책을 맡겨주셔서 가끔씩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장에 다녀오신 할머니도 자연스럽게 불러들였고 이웃집 할머니도 자연스럽게 발길을 닿게 했습니다.

제 목소리가 꾀꼬리처럼 예쁘게 들렸나 봐요.

많은 세월을 보릿고개 넘듯 억척스럽게 살아오셨을 텐데, 봄볕에 옹기종기 모여 덕담을 나누시는 모습에선 젊은 사람들한테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여유와 평안이 느껴집니다. 힘과 패기만 믿고 있는 젊은 사람은 오히려 더 분주하게 시간에 쫓겨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연세 많으신 분들 가만히 지켜보면 조용히,,
아주 조용히 일을 헤쳐나가세요. 언제 다할꼬 싶은데,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 않더랍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골 밭둑을 봐도 연세 많으신 분들이 관리하는 곳에선 참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요.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관리하는 밭둑을 보면 좀 엉성합니다.

낚시를 하든 무엇을 하든 태평스러운 여유로움을 만끽한다고 해도 모진 풍파, 높은 파도를 맞고 난 뒤의 여유로움이란 감히 흉내 내기 어려운 분위기인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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