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란 것이 알다가도 모를 일이 참 많습니다. 무턱대고 덤벼들었던 작물은 풍년이 되고,노하우가 생기면 다음 해 농사에선 홀딱 말아 먹는 경우가 빈번해지네요. 그것보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이 또 하나 있어요.

다람쥐 챗바퀴 도는 것 같은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꼈을 때, 가끔 찰리 채플린의 연기와 닮아가는 것 같단 생각에 강태공 같은 삶을 살겠노라 시골로 내려왔더니,자연 속에 살아가는 시간은 또 이렇게 빠른지 몰랐답니다.

흙을 가꾸는 삶은 사계절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자연의 시간에 맞추어 살아가다 보니 그 자연의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알게 될수록 허무해집니다.

생강

수확의 시간으로 봤을 때 생강은 거의 모든 작물의 종점에 있습니다. 벼수확보다도 늦어요.
보통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10월 20일경부터 수확을 한답니다. 생강을 수확하고 나면 서리가 뽀얗게 내리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생강보다 조금 더 늦게 수확하는 8월에 심기 시작한 단무지를 뽑고 나면 농부의 시름이 끝납니다.

그 이후는 어찌어찌 소일 거리를 하다가 눈이 내리면 한 해의 시름을 모두 내려놓게 된답니다.

생강작업

그렇게 농부의 삶은 어떤 계절엔 실컷 게으름도 누려볼 수 있어요. 하지만,그 시간이 어찌 그렇게 빨리 지나갈까요?


직장 생활 할 땐 놀으라고 하면 오히려 시간이 더 늦게 흘렀는데, 여긴 놀아도 빠르고 오늘처럼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 땐 하루가 한 시간처럼 후딱 지나가는 듯 합니다.


생강농사

그나저나 생강 사진 올려놓고 뜬금없는 이야기만 풀어놓았네요.

생강 농사는 밑천과 품이 많이 들어가는 작물이라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런 작물이기 때문에 심을 때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어요.


생강심기

생강 종자 소독과 눈 따기는 지난 포스트에서 소개해 드렸으니 오늘은 노지에 어떻게 심었는지만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두둑은 80~100cm가 나오게 했구요, 그 두둑 위에 네 줄로 심었어요. 관리기 작업 시 1m 40cm 잣대가 좋습니다.

길이로는 30cm간격을 두었는데 그만큼 눈을 크게 딴 이유도 있었답니다. 몇 년 간 생강 농사를 지어봤더니 큰 종자에서 큰 줄기가 잘 올라왔기 때문이지요. 아무래도 크게 따면 300평 기준 종자가 더 많이 들어가지 않겠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그래서 줄간 간격을 조금 띄어주었어요.

작게 따서 달게 심으나 크게 따서 드물게 심으나 같은 평수에서 나오는 양은 후자가 훨씬 유리할 뿐더러,품을 많이 아낄 수 있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의 농법이기 때문에 참고만 하셨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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