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슬러브 지붕이라 옥상이 마당처럼 평평하답니다. 그래서 옥상에서 여름날 덜 마른 건고추를 말리기도 하고 빨래도 널곤 하지요. 그렇지만 겨울부터 지금까지 큰 활용도가 없었기 때문에 최근엔 별로 올라가 볼 일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새로운 위성 안테나를 들여와 설치하게 되면서 그 옥상에 올라가 보게 되었습니다.

VHF안테나

"이런, 네가 왜 쓰러져 있어?"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요즘에 무슨 이야기로 이 당면한 심정을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여러 모로 많은 추억을 생각해주는 구형 안테나였어요.

80~90년대 안테나를 들여온 걸로 알고 있는데,기와지붕 위에 올라가 텔레비전에서 방송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이리저리 돌려주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났답니다.

이것도 텔레비전 앞에 가족 중에 누군 가가 앉아서 "왼쪽으로, 아니 다시 오른쪽으로 돌려!" 소리를 질러 주어야 했어요. 기와지붕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라가서는 내 마음대로 막 돌리게 되면 해가 질 때까지 헛수고만 하게 된답니다.

구형 안테나

어쨌거나 이 안테나는 얼마나 오랜 세월을 저희 가족과 함께 했는지 검은 플라스틱 뚜껑이 하얗게 꽃이 피었을까요? 저도 언제 적에 이 안테나가 저희 집에 빌붙게 되었는지 헤아려볼 수가 없었답니다.

안테나

그 뚜껑 속이 어떤지도 기억이 안 나서 열어봤어요. 그랬더니 달랑 안테나선 두 가닥만 나사에 고정되어 있었어요. 참 단순해 보이지요? 하지만,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기억이 나지 않아 궁금했었어요.

아날로그 방송

가닥가닥 조립된 안테나 봉이 공중에 떠있는 주파수를 잡아 이곳으로 보내줍니다.


사람으로 치면 뇌라고 해야겠지요. 주파수를 받아 텔레비전으로 전송 시켜 주는 기능을 합니다. 

구형 안테나


다행히 저희 집 옥상엔 오랜 세월, 전 국민의 눈이 되어준 안테나가 두 대나 있었어요. 하나는 맨 위에서처럼 지주대가 녹슬어 엎어졌고 나머지 하나는 아직도 꿋꿋이 서있었네요.


그 옛날에도 KBS1 방송이나 MBC방송은 안테나 하나로 시청이 가능했지만, KBS2 채널은 독립된 안테나가 따로 있어야 시청이 가능했답니다. 그래서 안테나 지주대엔 꼭 두 개의 안테나가 달려있어야 했지요.

이유는 KBS1과 MBC와는 달리 KBS2 채널은 극초단파 주파수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저도 문외한이라 자세한 설명은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옆의 거대한 원반 안테나는 아내를 위해 마련한 수신기인데, 베트남 방송을 실시간 볼 수 있는 위성 안테나예요. 그렇지만 생각과 달리 반응이 시큰둥하네요.
아마도 이제는 한국 드라마에 맛을 들여놨기 때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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