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 욕심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평생 일만 할 팔자인지는 잘 모르겠으나,정말 일 복은 터진 것 같아요. 여기저기에서 밭이 들어오면 갈수록 먼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밭장만하러 가는 길이 해가 바뀔수록 여간 멀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하루는 뒤늦게 올 3월에 들어온 밭을 로터리 작업 하기 위해 트랙터를 끌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곳은 자주 다니지 않았던 곳이기에 작업을 마친 후 돌아오는 길은 유유히 유람하는 기분이었어요. 왜냐하면 제 트랙터는 아무리 빨리 달려도 꼭 바다 위의 유람선처럼 느긋함이 있거든요.

가로수

밭 장만하러 갈 땐 몰랐습니다. 몇 시엔 뭘 해야 하고 그 작업이 몇 시에 끝나면 또 무엇을 해야 할지,그것만 생각하고 달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작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은 자동차보다 더 멋진 풍경을 선사해주는 것이 바로 트랙터란 것을 알게 되었어요. 차체가 높아서 일단 유리합니다.


농촌도로

농촌도로입니다. 차선도 있을까 말까한 2차선 도로예요. 속도 제한 표지판이 시속 50킬로를 넘지 말라고 규제를 표시해 놓았는데, 여느 때 같았으면 줄여야겠단 생각을 했겠지만, 오늘은 웃음만 터져 나왔답니다. 왜냐하면 이 도로를 달리고 있는 제 트랙터로는 아무리 밟아도 50킬로는 커녕 30킬로도 채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정작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웃고자 했던 저 규제 표지판이 아니라 그 뒤로 펼쳐진 뜻밖의 풍경이었어요.

가로수

벚꽃만 나무에서 눈이 내릴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마주친 이 가로수들도 벚꽃 못지않게 새하얀 세상을 보여주었어요.


다만,시기를 만나지 못한 탓인지 벚꽃처럼 눈 내리듯 꽃잎이 펑펑 쏟아지는 풍경은 볼 수가 없었습니다.

가로수

5월 뜨거운 자외선에 노출되어 살갗을 태우고 나서 반팔 옷을 입었던 걸 후회하며 집에 왔더니, 저녁 뉴스에서 때마침 자외선에 관한 예보가 있었어요. 내일은 더 뜨거운 자외선이 내리쬘 거니까 조심 좀 하라고..

꽃나무

차를 운전하다가 세웠든 트랙터를 운전하다가 세웠든 일단 정차하고 바라보는 느낌은 같을 거예요. 하지만,그냥 지나가며 봤다면 분명 트랙터로 본 이 풍경이 차 안에서 본 풍경보다 훨씬 아름답게 느껴졌을 겁니다.

트랙터는 아무리 최고 속도로 달려도 40킬로를 넘지 못하니까요.(제 트랙터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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