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불볕더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나무 그늘에도 앉아보고 선풍기 앞에도 바짝 다가가 보지만, 몸이 시원함을 느끼기에는 많이 부족한 듯해요.

저도 더위에 지쳐 시원한 폭포수 아래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데, 저희 집 둘 남매는 어떤 모습으로 이 여름을 보내고 있을까요?

남매


에어컨이 없는 슬라브 지붕 아래에서 저녁을 보내기란 참 곤혹스럽습니다. 한낮에 달궈진 옥상 시멘트 바닥의 열기가 밤이 되면 고스란히 실내로 내려오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둘 남매는 덥다는 소리 한번 없이 지금까지 잘 버텨주고 있어요. 다만,둘째 쭌이는 아직 피부가 연약해서 그런지 땀띠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더군요.

딸아이

뜨거운 여름에도 농삿일이 쌓여있어 변두리 여행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저입니다. 당분간은 여태 해왔던 것처럼 매일 아이스크림으로 남매를 달래보는 수밖에요.


그런데, 누나인 은수는 이 아이스크림조차도 시원하게 내놓고 먹을 수 없는 입장이란 걸 알았어요.


은수

아이스크림을 손수건으로 둘러쌌습니다. 손이 시려워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은수한테는 참 서글픈 이유가 있어요.

"은수야, 또 천천히 먹으면 동생한테 뺏긴다!"

엄마아빠가 조언을 해줘도 원래부터 야금야금 먹는 것을 좋아하는 은수한테는 먹히지가 않습니다.

먹성 좋은 동생이 달려들면 순식간에 뺏겨버리기 때문에 방문을 걸어 잠그고 다 먹거든 나오라고 했지만, 빈 방에서 혼자 먹는 것은 또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내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나오고 그때마다 몇 발자국 못 움직이고 동생한테 뺏기고 맙니다. 
그래서, 오늘은 건조대에 말려둔 손수건을 주면서 보이지 않게 감추라고 했지요. 그것도 못 미더웠는지 이 더위에 이불까지 덮어 쓰고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더군요. 

남매

과자나 아이스크림류를 남매 앞에 내놓으면 남동생의 일방적인 전쟁터가 되지만, 그 외 시간은 이렇듯 사이좋은 남매 또는 친구의 모습으로 참 잘 어울리는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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