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 기다려왔습니다. 대부분의 밭 작물들이 오랫동안 비를 맞지 못해 겨우 연명하고 있거나, 이미 생명줄을 놓아 타 들어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오후에 생기를 되찾기에 충분한 소나기가 내려주었어요.

소나기는 보통 작물에게 큰 도움이 안된다고 하지만, 오늘 내려준 소나기는 지나가는 장대비가 아니라,작물의 뿌리가 샤워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했던 시간을 두고 내려주어서,제 생각으로는 결실을 보태주는 약비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흙탕물

도랑물도 금세 흙탕물로 뒤덮이고 여기저기에서 위협적인 번개가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저희가 밭 작업하던 곳이 높은 산중턱이어서 더욱 무섭게 보였어요.


무지개

작업을 다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가던 길에 참 많이도 본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언제 봤든가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만나본 무지개였어요.

무지개

하늘을 수놓은 무지개의 화려한 색상을 쫓다가 반대쪽에서 시작된 무지개까지, 무지개의 완전체를 볼 수 있었지요. 여태 무지개를 보면서 시작점과 종점을 동시에 보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무지개

겨우 핸드폰으로 찍긴 했지만, 다행히 무지개의 끊어진 곳 없이 나와주었어요. 매일 갖고 다니는 카메라를 이럴 때 놔두고 온 것이 못내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쌍둥이 무지개

조금 더 가다가 다른 장소에서 다른 무지개가 또 보였답니다. 


여긴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지개가 쌍둥이임을 아실 겁니다. 옆에 나란히 다른 무지개가 함께 있는 건 여태껏 보지 못했기 때문에,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무지개 같습니다.

무지개

해가지는 서쪽 하늘은 맑아졌지만, 건넛편의 하늘엔 아직도 먹구름이 다 개이지 않았어요.
그 먹구름이 배경이 되어주니 더욱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무지개

집에 도착하자마자 카메라를 차에 싣고 다시 나와봤어요.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땐 오래 머무는 것 같지만, 노을빛 물들이는 순간에는 <칼 루이스>보다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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