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쭌이의 허벅지에 피부가 까칠까칠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처방제인 피부약을 발라봤지만, 별 진전이 없었습니다. 주말에는 병원의 제약이 많아서 평일의 마지막날인 금요일(6일) 아침에 피부만 전문으로 보는 이웃 도시의 병원을 찾아갔어요.


병원에서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 등원 시키지 않고 곧장 집으로 데려올 생각입니다. 어찌 될지 몰라 일단은 쭌이 가방도 챙겨야 했어요. 
"쭌아,가방 메고 나가자!"그랬더니,,
제 가방은 거들떠도 안보고 대신 방에서 끌고 나온 엄마의 백을 꼭 움켜쥐고는 거실문을 열려고 했어요.

다미안


드디어 피부만 전문으로 보는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3년 전에 쭌이 누나 은수도 그때는 세 살이었고 유행을 타듯 아토피가 번졌는데, 말썽 없이 단 시간에 깨끗하게 낫게 해주었던 병원이라서 믿음을 안고 다시 찾았습니다.

다미안


아내가 쭌이 손을 잡고 접수하러 간 사이, 저는 병원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게 꾸며진 동산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어요.


"우와, 병원이 이렇게 예뻐도 되는 거야?" 

3년 전에도 그런 느낌이 들었었는데 지금도 똑같은 느낌입니다.

움막집


환자 분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 바로 옆에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움막집이 예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번잡한 곳이 아닌 자그마한 동산 같은 곳에 병원이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어떤 조형물이든 분위기가 배가 되어 느껴지더군요.

접수하러 간 아내가 얼른 들어오라고 부르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놀이터에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어요.
 거긴 더 언덕 진 곳이라서 다른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지요. 하지만,,


피부전문병원


여기가 바로 쭌이가 들어가서 진료를 받아야 할 곳입니다. 
그런데,쭌이 손을 잡고 갔던 아내가 사진 두세 장 찍자마자 다가와서는 "이거 뭐야,문이 닫혔어!"

"에잉,, 오늘 금요일인데 왜 문이 닫혀있어?"

사진을 찍다 말고 굳게 닫혀있는 문쪽으로 다가가자,,

휴진


"뭔 휴가가 11월 2일부터 6일까지 겨울 문턱에 날짜를 잡았대? 흑..."


안내문에 여름철 환자 분들의 급증으로 하계 휴가가 어려워 추계에 직원 휴가를 실시한다고 했어요. 하필 가을로 밀린 휴가 날짜가 3년 만에 찾아온 오늘과 겹쳤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억울하고 기가 막힐 뿐입니다.


연락


오잉!~ 택배 아저씨로 둔갑하면 문은 열어볼 수 있겠네!


아들


속상해 하는 아내나 택배 아저씨라도 되어서 진료를 받게 하고 싶었던 저나, 헛걸음이 된 이 현실을 당장은 믿기 싫었습니다.  잠시 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하다가..

"쭌아,우리 이제 갈까?"

속상한 마음은 속상한 마음이고 쭌이 얼굴 바라보면 금세 누그러져 웃으며 말을 꺼내봤어요.

"헛,, 너 왜 그런 표정이냐?"

지금 아빠한테 윙크하는 거라고 아내가 대신 대답해주었어요. 세 살배기 우리 쭌이의 윙크는 한쪽 눈을 감지 못하고 얼굴 전체를 찡그려야 하나 봐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