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희 고향에는 후작(8월)으로 심었던 단무지 농사가 한창 수확 중에 있습니다. 저흰 지난해까지 단무지 농사를 지어오다가 올핸 단호박 농사로 대체했기 때문에, 이맘때 시래기를 장만하는 것이 고심거리였어요. 단무지시래기는 무시래기보다 부드러워 인기가 좋다 보니 도심지에서도 어떻게 알고 찾아옵니다. 

단무지농사


올핸 가을까지도 가뭄이 극심했던 터라 단무지 수확량이 현저히 줄어들 거라 예상했었는데, 농사 경험도 별로 없는 친구는 그래도 정상적인 수확량이 나올 듯 싶습니다. 작은 것은 성인 팔뚝 크기 정도에서 큰 것은 허벅지 만한 단무지들이 큰 백자루에 차곡차곡 담겨져 있는데, 보통 자루 하나 당 6백 킬로 정도 나갑니다. 꽤 무겁지요? 그렇기 때문에 트랙터나 포크레인으로만 운반할 수 있어요.

단무지잎


밭에서 단무지 겉잎을 대충 솎아주고 차에 싣기 좋게 한 곳에 잘 무져놓았습니다.


시레기


저기도 제법 많이 모아 놓았지요?
두 군데의 시래기를 제 더블캡 화물칸에 실었더니 더 이상 실을 수 없을 만큼 양이 많아졌습니다. 저 양을 저희가 다 먹을 수는 없고 단무지 농사를 지을 때 예전부터 나누어 주었던 이웃 분들과 친인척 분들께 올해도 어김없이 소량씩 나누기 위함이에요. 그리고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들께 이 단무지 잎사귀를 가져가면 참 좋아하세요.


또 올해 제 농산물을 구매해주셨던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으로 조금씩 보내드릴 계획입니다. 혹 그분들 중에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단무지시레기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장화나 운동화엔 밭흙이 질퍽하게 붙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땅이 꽁꽁 얼어붙은 동지섣달에 단무지시래기를 넣어 푹푹 삶아주면, 그때 부지런 떨며 시래기 장만한 것을 잘했다고 흐뭇해 하겠지요.

시레기


지난해엔 베트남에 있는 처남이 쌍둥이를 낳는 바람에 장인장모님이 일찍 한국을 나가셨기 때문에 시래기를 만드시는 건 이번이 처음이세요. 

시레기


손질을 마친 시래기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널어 말리는데, 이때부터는 아침 기온이 추우면 추울수록 우수한 품질의 시래기가 만들어져요. 지난 어느 해였든가 시래기를 장만했다가 늦도록 춥지 않았던 탓에 노랗게 바래져, 단무지를 덮어주었던 백자루 위의 단무지 잎사귀들을 다시 구해야만 했어요.

올핸 곶감도 그렇고 작업하고 있는 단무지 잎사귀들이 정상적인 시래기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 빌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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