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갈 거예요. 아빠는 약속 시간에 맞춰 천천히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저희 집 남매는 읍내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곧장 준비를 해서 아빠를 애태우기 시작했습니다.


남매

여섯 살 딸과 세 살 아들..
매일 보는 아빠 카메라 가방인데도 또 궁금한가 봐요. 머리를 맞대고 그 안에 뭐가 들었나 신기하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마 내일 이 시간에 가방을 다시 열어 놓으면 오늘은 또 뭐가 들어있을까 들여다보겠지요.

그나마 저러고 있을 때가 좋습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나갈 시간이 아직도 30분 정도 남아있었거든요. 외출 준비를 마친 은수가 틈만 나면 달려와서 읍내는 언제 갈 거냐고? 저녁 먹으러 몇 시에 갈 거냐고 귀가 아프도록 물어왔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몇 시 몇 분에 갈 거라고 해본들 제 딸은 아직 까지 시간을 읽지 못합니다. 
"몇 시 몇 분에 갈 거다!" 그러면 어른처럼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쳐다보기는 하더군요.

운동화


운동화는 언제 신고 있었는지 거실을 운동장 삼아 돌아다녔던 모양입니다. 동생 쭌이는 누나가 가는 대로 자석처럼 쫓아다녔는데, 이번에도 나란히 아빠한테 와서는 저녁 먹으러 언제 갈 거냐고?

신발


신발을 신고 있는 은수의 상태가 어색해 보였어요. 
당연히 제 시선이 은수의 운동화에서 멈췄고 곧 반대로 신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운동화


"은수,너 운동화 또 거꾸로 신었네!"

신발을 신을 때 어느 쪽으로 신어야 바로 신는 것인지 잘 모르는 은수입니다. 확률이 50대 50이라서 매번 잘못 신는 것은 아니지만, 신발을 신을 때마다 고민을 해야 하는 은수 입장을 고려해본다면 이 아빠도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옆에서 동생이 신발을 고쳐 신는 누나를 따라하고 있어요. 재미있어서 잠시 지켜봤습니다. 하지만,괜히 따라하는 바람에 이번엔 쭌이가 반대로 신고 마네요.


남매


"아빠,이제 됐지?"

아빠의 오케이 싸인을 받아야만 신발을 바로 신은 건지 알 수 있는 은수예요. 쭌이는 운동화를 신다 말고 발냄새를 맡고 있어요. 그때 만큼은 쭌이 다리가 마치 체조선수처럼 부드럽게 잘 올라가더라고요.

신발


왜 은수는 신발을 자꾸 반대로 신는 걸까요?

운동화를 앞에서 볼 때와 뒤에서 볼 때는 다르게 보이는 걸까요?

제 어렸을 적 기억에도 은수처럼 신발을 반대로 신었던 기억이 나긴 합니다. 그게 왜 그렇게 헷갈렸는지 지금에 와서도 이유를 명확히 알 수가 없어요. 또 다른 어릴 적 기억에는 친구와 마주 서서 나는 이게 왼 팔인데, 친구는 반대쪽을 가리키며 왼팔은 이쪽이라고 우기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그 둘 중에 누가 하나라도 같은 방향으로 돌아섰다면 둘 다 맞는 이야기인데 말이지요. 
아무래도 여섯일곱 살에는 좌우 방향감각이 미약해서 그랬던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만 해볼 뿐입니다.

운동화


바래진 기억에서 돌아와 은수 입장이 되어봤습니다. 
신발을 신기 위해선 이 방향에 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신발을 신는 위치에서 은수의 운동화를 내려다봤어요. 하지만,너무나 익숙하게 신어왔던 탓에 헷갈릴 일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어릴 때는 왜 신발 신는 게 헷갈리는지 성인이 된 지금에 와서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내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은수도 신발을 헷갈리지 않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엔 별다른 뾰족한 수를 찾아내지 못했어요. 이 과정은 어린 나이에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일 거라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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