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란 마치 오는 듯 마는 듯 조용하게 시작되어야 하는데,몸살을 앓듯 고된 두통 속에 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만 보더라도 10월 끝무렵에 영화 4도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겨울이 드디어 시작되었구나 했지만,다시 완연한 가을로 돌아갔어요.
그날 들녘과 산간의 모든 풀잎들이 서리와 혹한에 검게 그을린 자국으로 삶겨버렸습니다.
삶긴 잎들은 우후죽순으로 떨어져 누가 봐도 겨울이 왔음을 의심할 수 없었어요.
진작에 겨울채비를 마쳐준 김장용 배추의 겉 잎사귀도 푹푹 삶겼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봄날처럼 꽃을 피우기 시작한 이름 모를 풀꽃이 있었어요.
그 꽃은 너무 작아 자세히 안 봤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입니다.
11월 7일,비가 시간을 끌던 날이었어요.
3일 연짝 내렸는데 이 풀꽃에겐 큰 위안이 되었겠습니다.
그 옆에 생김새랑 색깔은 달라도 또 다른 풀이 노오란 꽃망울을 터트리며 갑작스러운 혹한을 함께 맞이하고 있었어요.
품앗이를 갚으러 며칠 다녀야 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 상태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내일 확인을 해봐야 알겠지만,그 풀꽃들이 이미 졌거나 만발한 상태로 있든 간에 그건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니에요.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알 수 있었던 아주 작은 풀꽃을 바라보며,추위가 찾아오면 편하게 쉴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나태함을 벗어던진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잡초도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티며 끝내 꽃을 피우고야 마는데,내 어찌 벌써 편한 생각을 다 했을까..
마음을 다시 다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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