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무지시래기는 밭에서 우수로 얻어지는 식재료이기 때문에 집에서 해 먹을 만큼만 준비하면 되는데도 욕심을 내어 많이 얻고자 하는 것은, 겨울날 저희 집에 친척이든 지인이든 찾아오기만 하면 마당 한켠 또는 창고에 널려있는 시래기를 보고 눈을 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시골 사람들에겐 널브러져있는 것이 시래기지만 도시 사람들한텐 엄동설한에 귀빈이 되는가 봅니다.

시래기


이왕 풀어주는 것,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줄 수 없어 과하게 주워 
모아봤어요. 마당 한켠에도..

단무지시래기


창고에도..
단무지 작업이 끝난 밭을 쫓아다니며 모아봤더니 더 이상 널어 말릴 곳이 없을 정도가 되어 포기..

단무지시래기


하지만, 날씨가 왜 이렇게 변덕스러운가 몰라요. 10월 막바지에선 갑자기 영하 4도까지 떨어져 농작물을 못쓰게 만들더니 그 이후 지금까지 봄날인지 초가을인지 족보가 사라져버렸네요.


그 바람에 부지런 떨었던 단무지싹 작업이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단무지시래기는 11월 밤기온이 쫘악 내려가서 살얼음이 낀 아침을 맞거나 서리가 뽀얗게 내린 아침을 맞아야 이렇게 노랗게 변색되지 않는데 말이죠.


시래기


밤낮 기온이 포근하기만 해서 시래기로 말리려고 했던 단무지싹이 이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곰팡이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시래기


처음엔 노랗게 영잎 지는 잎사귀를 떼주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더 빠르게 변색되어 갔기 때문에 이제는 어쩌지 못하고 지켜만 볼 뿐입니다.

시래기


포근한 날씨 덕분에 생활하기는 더 없이 좋아졌지만, 엄동설한에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 하나를 잃어버려서 속상하기 이룰 데가 없습니다.

단무지시래기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

흰개나리꽃


둥천에 개나리가 꽃을 다시 피우고 있어요. 근데 봄에 필 땐 노랑색이던디,,
11월에 필 땐 흰색..

뭐가 미쳤는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포기한 건 아닙니다. 이미 다시 줏어올 단무지밭을 탐색 및 허락을 받아 놓았기 때문이죠. 올해는 단무지시래기 수확을,,
한번 더 뛰어보아야 먹을 거 장만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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