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마지막 일요일, 그리 춥지 않은 날이었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서 두 녀석이 마당에 나와 노는 것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안 그래도 동생 쭌이는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요며칠 약을 계속해서 먹고 있답니다. 엄마아빠가 오전에 쪄 놓은 닥나무를 언제 껍질을 벗길 건지 궁금해 하던 은수가 곧 뒤따라 나올 기세라 동생 쭌이도 가만있을 리 없겠지요.

남매


그래도 은수는 지난해부터 닥나무껍질을 잘 벗겨내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쭌이는 아직 까지 벗겨 놓은 닥나무를 어지럽혀 놓는 실력밖에 안 된답니다. 

남동생


누나가 벗기는 모습을 가만히 구경만 하다가 어느 순간엔 나도 벗겨 보겠노라고 닥나무를 잡는 쭌..

누나


닥을 반쯤 벗긴 은수가 동생의 뜻을 알고 마저 벗길 수 있도록 쭌이에게 넘겨주었어요.

남매


"우와,," 생전 처음으로 쭌이 힘으로 닥을 다 벗겨보는군요. 그렇지만, 역시나 벗긴 닥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쳐 놓곤 작대기로 허공을 가르며 장난을 치는 데 더 열중합니다.
 

누나


그것도 이내 재미가 없어졌는지 이번엔 일 잘하고 있는 누나의 장갑을 뺏으려고 해요.



안 주면 울 터!
"은수야, 동생 한 짝만 빌려주라!"

남동생


한 짝 빌려주니깐,,

은수


나머지 한 짝도 마저 달라고 하네요.

남매


"난 맨손으로도 잘할 수 있어!" 
가마솥에서 금방 꺼내었기 때문에 뜨거울 텐 데도 요령을 이미 터득했는지 꾸준히 닥을 벗기는 은수였어요. 반면 세 살 쭌이는 누나의 장갑만 뺏어서 끼고는 요리조리 돌아다니다가 홀라당 벗어던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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