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사시는 분들이 농가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구입하려고 하는 이유는 안전한 먹거리 보장과, 이름 그대로 직거래를 하게 되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가 있고, 반대로 농가에서는 통신판매 등의 방법을 거쳐 소매로 판매하고자 하는 이유가 직접 재배해서 키운 농산물을 중간상인보다 나은 가격을 받고자 하는 기대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이 둘은 서로 상충되어 때로는 양쪽 모두에게 불만을 제공하는 주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소비자와 농가가 직거래 형태라고 해서 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 

얼마 전에 저한테 실제 있었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하루는 어떤 분으로부터 들깨를 구입하고 싶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1Kg에 1만 원이라고 안내를 해드렸더니, 다짜고짜 여기는 서울인데도 9천 원밖에 하지 않는데, 어째서 시골이 더 비싸냐는 식으로 저를 무안케 만들더군요.

들깨


저 또한 농사지은 들깨를 30Kg 한 자루씩 담아 집에서 멀지 않은 참기름 가게에 가지고 가면 1Kg에 9천 원을 받습니다. 여기 시골에서도 중간상인이나 참기름집에선 9천 원에 매입해줍니다. 하지만, 소매 할 때는 1천 원을 얹어서 1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런 기호식품의 경우 대부분은 1~2Kg 내지 3~4Kg의 소량 구매자가 많지요.



불필요한 경비와 노동의 댓가로 1천 원 웃돈 얹은 것이 어떻게 보면 크다면 크게 보일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소량 판매 시에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피의 손실입니다. 쉽게 말씀드리자면 30Kg짜리 들깨 자루를 1Kg씩 나누어 판매했을 때, 덤으로 주게 되는 것 또는 소량 포장으로 인한 무게의 손실이지요.  

예를 들어 들깨 30Kg 한 자루를 상인에게 통째로 넘기게 되면 200g의 무게를 추가로 얹어주면 되지만, 1Kg씩 소매로 판매했다면 100g씩의 여유만 줬을 때 33Kg이 있어야 하고, 200g의 여유를 줬다면 36kg이 있어야만, 중간상인에게 넘기는 30Kg의 들깨 한 자루와 맞출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인에게 넘기는 가격인 9천 원에 소매 판매할 사람은 없다는 뜻도 됩니다. 

가격이 아닌 농산물의 전반적인 재배 과정을 인지 시켜주고, 안전한 먹거리 보장과 신뢰로만 거래할 수 있는 단계가 더 중요하다.

농산물 직거래로 로컬푸드와 같은 시스템도 유행을 타고 도시마다 도입되고 있지만, 농가와의 1:1 다이렉트 형태로 이루어지는 직거래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로컬푸드와 같은 경우는 중간 유통을 생략했다고는 하나, 소비자가 매장을 방문하여 물건만 보고 산다는 점, 제품의 불만 사항을 농가가 아닌 로컬푸드 매장을 통한다는 점은 기존 일반 매장과 별반 차이가 없고, 판매 가격은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유통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로컬푸드를 이용해서 판매하는 농가가 자체적으로 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그 점에선 농가와의 1:1 다이렉트로 거래되는 통신판매와 다를 게 없습니다.  

결국 농가와의 직거래 방식만이 소통이 원활하고 신뢰를 쌓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데, 서로에게 이득이 주어지기 위해서는 가격이 아닌, 안전한 먹거리 확보와 농가의 보장성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판매자는 재배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잔류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도록 판매 개시일 이전부터 농약살포 규칙을 엄격히 이행하고, 속박이 없는 정상 출하품으로 신뢰를 쌓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겠지요.

농산물을 직거래 한다고 해서 가격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여러분들보다 상인 분들이 손실 없이 더 만족스럽게 사 주기 때문이지요. 농산물을 싸게 구입하고자 함은 오히려 대도시가 더 유리할 수가 있어요. 구멍 가게에서 사는 것보다 대형마트에서 사는 것이 저렴한 것처럼..

따라서, 농가와의 1:1 거래에선 가격을 떠나 농가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주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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