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산등성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만났습니다. 마침 쉬어갈 자리를 찾던 중에 탁 트인 고개마루였기 때문에 잠시 차를 세우고 아침을 밝히고 있는 해님을 제 가슴 속 내면의 세계로 초대해 봤습니다.


비록 새해 첫 일출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어서 대신해도 될 만큼 멋진 장관이었어요. 문제는 감탄이 나올 만큼 멋진 자연 경관 앞에서 그 느낌 그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느냐는 거였지요.

처음 촬영 시에 무턱대고 수동(M)에 놓고 노출 보정 없이 찍었더니 실제로 본 모습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해의 아랫부분에 홍조를 띤 붉은 기운이 뚜렷하게 보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진에선 노란 빛에 가려져 버렸고 해의 밝기로 인해 오히려 주위가 온통 어두컴컴한 밤이 되고 말았어요. 

일출


그래서 노출 보정을 +쪽으로 올려 다시 찍어봤습니다. 
"이건 너무 밝아!"

해돋이


이번에는 반대로 노출 보정 다이얼을 -쪽으로 돌리려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어 장면 모드의 [여명]에 맞추어 놓고 찍어봤어요. 이 사진 역시 실제로 보는 보는 것과 많은 차이를 보였어요.

일출


원래 하고자 했던 반대 방향, 즉 노출 보정 다이얼을 -쪽으로 놓고 찍은 사진입니다. 



그나마 제가 두 눈으로 보고 있는 현실에 가깝게 보여지기 시작하네요.

여명


이건 욕심을 과하게 먹고 마이너스(-)쪽으로 많이 돌린 결과..

해


노출 보정 다이얼을 마이너스(-) 쪽에서 0의 위치로 차근차근 이동 시키며 찍어봤어요.

일출


"그래, 이게 일출을 찍는 내 실력의 한계지 뭐!" 
더 이상 눈으로 본 멋진 장관을 똑같이 사진에 담을 수 없었어요. 떠오르는 일출을 찍는다는 것이 의외로 힘든 작업이란 것만 깨닫고 다시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렇게 일출을 우연찮게 발견하고 미리 찍어봤는데, 만만하게 볼 피사체가 아니란 점 이외에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차를 세우고 일출을 바라볼 땐 매우 느릿느릿 떠오르는 것 같지만, 막상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붉게 떠오른 해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며 색깔을 달리합니다. 

완전히 붉은 빛에서 노란 빛이 합류하고 다시 하얀 빛이 스며드는데, 한순간이라도 색이 한자리에서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타이밍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생각을 해봤어요.

다가오는 새해 아침을 일출 명소에서 맞이하고 그 해를 사진에 담아 집에 가지고 가실 분들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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