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살다 보면 팔자에 없을 법한 하루도 보내게 되는데, 오늘 제가 그런 하루를 보냈어요. 그렇다고 오래 살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생각지도 못한 하루를 경험했기에 그렇게 표현한 거예요. 

보문 남성 의용소방대에서 소방대장 이.취임식 행사에 일일 사진사로 발탁되었기 때문인데, 제가 이런 큰 행사에 공식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많이 떨렸어요.

보문 소방대


행사가 시작되기 전입니다. 미리 도착해서 사진을 찍어야 할 곳의 조명과 빛의 세기를 테스트해보고 제 카메라의 메뉴를 자동과 수동, 인물사진에 놓고 사진을 비교하며 긴장을 풀어나갔어요. 대통령한테도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 사진기자라지만, 일일 초짜배기한테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서 그저 미스 난 사진이 나오지 않도록 빌 뿐이었어요.

보문소방대 이취임식


식전 행사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감상하며 이 분들을 상대로 테스트 해보고 다가올 식순에 맞게 이동해야 할 장소를 미리 머릿속에 담아보기도 했어요.  

보문 의용소방대 이취임식


드디어 이날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안내 멘트가 흘러나왔습니다.

보문소방대


보문 의소대


이.취임식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임명장 수여 및 공로패 등 여러 시상이 있는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 분들의 시상식 수상 장면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제대로 찍어야 오늘 제 임무가 성공적으로 끝납니다.  

보문 의용소방대


사진을 찍기 좋은 명당자리는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오늘 이 위치에서만 찍으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걱정했던 불필요한 배경도 찍히지 않는 기막힌 장소 같았어요.

소방대


포즈를 봐서 크게 확대할 사진은 배경을 과감히 잘라 주었고요, 일반 사진 정도의 크기로 인화할 사진일 것 같으면 소속되어 있는 사람들의 일부분도 잡아넣어주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문 의용소방대


전임 대장과 취임 대장의 공로패와 격려패 교환 장면.. 이럴 땐 두 분 모두가 주인공이라서 중앙에서 찍었으면 좋았을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갑자기 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해 아쉬움이 컸던 순간입니다.

보문 의용소방대


이 분들 정면에는 제 머리보다 큰 촬영장비가 삼각대에 고정되어 있어서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았어요.

보문 의소대


보문 소방대 대장


취임사 장면.. 바위처럼 버티던 촬영장비가 딴 곳으로 이동하는 사이 잽싸게 자리 잡았습니다.

천년지기


오늘 일일 사진사로 체험하면서 보다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건 바짝 긴장하며 많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마음을 봐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오늘 제 카메라로 찍어야 할 주인공은 두 분이셨는데, 한 분은 대장 자리를 내놓음과 동시에 퇴임하시고 다른 한 분은 새로 취임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두 분은 옛날 '오성과 한음'처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또 앞으로 영원히 함께할 고향 친구 분이셨어요. 제가 그런 내막을 알고 있었기에 나란히 앉아 계시는 두 분의 모습을 오랜지기로 담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자연히 찍혀지더군요.

보문 의용소방대


행사가 끝나고 기념촬영의 순간.. 
기관단체장 님들과 한 장, 친구 분들과 한 장, 소방대원들과의 한 장.. 많은 사진을 이날 직접 찍어 집으로 가는 내내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했습니다. 집에 와서 컴퓨터 모니터로 확인할 때까지는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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