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 날에 때 맞춰 비까지 내려주었어요. 덕분에 도로를 가로질러 논으로 향하는 개구리 떼도 구경을 다해보는군요.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기 좋은 하루였습니다.

산수유꽃


다음날도 이어진 비에 봄이 얼만큼 가까이 왔을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구불구불한 도로를 사람이 걷듯 천천히 이동하며 봄을 찾아봤지만, 
가로수로 서있는 산수유 나무만이 노란 꽃망울을 키우고 있더군요.

산수유나무


해가 드는 시간보다 산 그늘에 덮여있는 시간이 더 많은 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에선, 지난 겨울에 걸려있던 묵은 열매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고 새 꽃망울과 나란히 달려있었어요.

산수유가로수


고개를 넘어 내리막길에 들어섰습니다. 제대로 내릴 비는 오후부터 시작된다고 하지만, 이미 촉촉이 젖은 상태예요. 

산수유가로수


내리막길을 달려도 눈에 띄게 달라진 건 없었어요.


산등성이마다 내려앉은 안개와 유별나게 일찍 개화를 준비하는 산수유 꽃망울 외엔 말이죠.

산수유나무


그나마 양지 쪽으로 내려오니까 노란 꽃망울이 더 진하고 예뻐 보였습니다.

산수유


불과 수백 미터의 차이밖에 없는 곳에서도 음지냐 양지냐에 따라 봄을 준비하는 단계는 천차만별이었어요.

산수유나무


때마침 안개가 끼어 한 폭의 수채화를 보고 있는 듯했습니다. 화가는 당연 '자연'입니다.

산수유 꽃망울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봄을 찾아 나서봤던 하루.. 하지만, 제가 살고 있는 곳엔 아직 이른 감이 있었네요. 산수유 꽃망울만 봄의 전령사로 붙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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