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겨울은 여름과 똑같이 너무 길어요. 11월이면 입동이 시작되면서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고 3월이 되어야 그 냉기가 완전히 소멸합니다. 실 겨울로 따져본다고 해도 12월, 1월, 2월 자그마치 세 달을 차지하는군요. 날 수로 따져보면 1년의 365일 중에 백여 일이 겨울이란 소리.. 그래도 그 겨울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추운 그 날짜 만큼이나 버금가는 뜨거운 여름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트랙터


사계절 중에 봄과 가을은 사람이 활동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죠.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두 계절은 너무 짧습니다. 그 중에 길었던 빙하기를 마치고 모든 생명의 자물쇠가 풀어진 봄 문턱에서 트랙터 또한 겨울 잠에서 깨어났어요. 오랜만에 시동을 켜고 나오니까 우렁찬 엔진소리가 저의 오감을 자극하고도 남았습니다. 

시골


제 트랙터는 좀 더 잠을 잘 수도 있었지만, 이웃집 할머니께서 엊그제 비가 내렸던 관계로 논둑을 손질할 수 있게 도움을 요청했어요.


논둑을 따라 트랙터로 살짝 삶아주면 논둑 가래질(새 흙으로 덮어주는)을 쉽게 할 수 있거든요. 

은수


점심을 먹고 이웃집 할머니의 논에 도착했어요. 지난해까지 보지 못했던 건물이 있었습니다. 허허벌판도 아니고 멧돼지와 고라니 정도가 뛰어다닐까 하는 산 중턱에 못 보던 집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네요.

트랙터


때 이른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계도 없고 힘도 없는 논 주인은 옆집에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 조용한 오늘 이렇게 부탁을 해오셨어요. 덕분에 저도 트랙터 위에 올라앉아 요동치는 트랙터 소리에 맞추어 따스한 봄날의 가락을 읊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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