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식목일이었지요. 나무를 심어야 하는 의무나 책임감보다는 여러모로 쫓기는 시골 삶에서 그래도 넉넉함을 채워보고자 나무를 심어봤어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떤 나무가 좋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도 가져보았습니다.

과실나무


저에게도 이런 과실나무가 있었네요. 매년 봄철을 맞으면 한두 그루씩 심었던 것이..

그리곤 정신없이 굴러가는 농삿일에 뒷전이었던 이 나무들에서..
어느 날 갑자기 복숭아면 복숭아, 배면 배, 사과면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면, 식목일은 나무를 심는 식목일이 아니라 근사하게 즐거움을 갚아주는 날임을 깨달아갑니다.

배나무 순


복숭아나무 두 그루, 배나무 두 그루, 사과나무 한 그루..

그리고 매실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몇 년간 농사를 지으며 제가 늘려 놓은 건 고작 그 정도였어요. 그래도 오늘처럼 새순이 돋는 이런 모습 보게 되니까 무작정 배가 불러집니다.

복숭아새순


매년 봄이 찾아오면 심어야지 했던 과실나무의 증수계획은 4월 5일 식목일을 기점으로 결판이 납니다. 더 늦으면 더 바빠서 심기 힘들어질 뿐 아니라 나무의 활착 과정에서도 불리해지기 때문이죠.

야산


사진에 보이는 곳은 아무것도 심지 않은 빈 공터였어요. 올핸 어떻게든 활용해보고자 창고터를 만들 때 연결되어 있는 이곳을 손을 대보기로 했어요.

두릅나무


먼저 빗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돌아가며 도랑을 만들어주고 그 공터에 두릅나무 스무 그루를 심어봤습니다.

두릅순


장날에 판매되고 있던 두릅나무였는데, 운 좋으면 올 봄에 당장 새순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고..


두릅나무 한 그루에 2천 원에 판매되고 있었어요. 시골 삶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이런 혜택을 저는 이제 겨우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공터


저희 집 앞마당이 비좁아 뒷집을 운 좋게 살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농기계 창고로 활용 중이에요. 식목일이 뭐라고 그곳에 평소와 다르게 뻘쭘한 짓을 또 했습니다. 

식목일


밭둑까지 내려온 어린 소나무를 고이 모셔와 요로코롬 구석에 심어봤어요.

소나무심기


소나무는 열매를 맺어주지 않지만 내 손으로 심었기에 훗날에 가면 틀림없이 과실나무만큼 풍족함을 선사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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