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는 매일 아침 6시 30분이면 겨우 일어나서 유치원에 갈 준비를 합니다. 유치원 버스가 저희 마을을 통과하는 시간이 그로부터 정확히 한 시간 후라서, 잠을 깨면 비몽사몽 헤매는 은수가 세수하고 밥 먹고 옷을 입다 보면,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보다 겨우 2,3분 빠르게 집을 나설 수 있는 촉박한 날을 매일 겪고 있는 은수아빠예요.^^

주 5일을 그렇게 보내 놓고 나면 또 집에 오는 주 5일은 어떨까요?~

유치원에서 집으로 곧장 오지 않고 아동복지센터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저희같이 농사짓고 있는 경우엔 둘 부부가 늦게까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참 고마운 일이지요. 하지만, 왠지 이 어린 자식과 매일 생이별하는 느낌이에요. 저녁 7시가 되어야 마을 앞으로 마중 나가서 예쁜 은수를 만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은수가 주말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하필 토요일날 비가 왔어요.

"우야노?~~" 

하루를 잃어버린 은수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짜증을 많이 내더군요. 그러면서 은수의 19단 비법이 펼쳐졌습니다. 그걸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한 단어로 대신 해봅니다.~

"징징!~~"

마침내 일요일을 맞이했습니다.~

강아지

나이 어린 아이들도 하고 싶은 것 하지 못할 때의 느낌은 어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이라서 징징거리는 것으로만 봤던 제가 실수했지요. 비가 와서 밖에 나가지 못한 은수의 마음을 일요일이 되어서 알았기 때문입니다. 

일요일은 참 맑은 하루였어요. 은수한테는 축복과도 같은 날씨였지요. 무조건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 은수가 간 곳은?~

바로 진순이한테 달려가더랍니다.~
하지만, 울 진순이 은수의 뜻대로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나 너 안 따라 갈 거야!~"


딸

은수가 아무리 목줄을 끌어도 진순이는 은수의 반대 방향으로만 달리고 있었어요.

다섯살

"너 왜 그러는데?"(은수)
"몰라서 물어?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진순이) 



아무래도 나이가 비슷해서 진순이가 은수를 따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어요.
사람 나이 다섯 살과 강아지 나이 다섯 달은 같은 또래인가 봅니다.^^~

아이

결국 은수가 졌어요. 진순이를 댈꼬 올라오다가 갑자기 은수가 방향을 급선회했습니다. 좌측 길로 들어섰는데, 이때는 웬일인지 진순이가 고분고분 따라갔습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저만치...
아빠는 설마, 설마 더 가겠나? 싶었지요. 그런데, 정말 저만치 멀리 둘이서만 다녀왔습니다.


똥개

갑작스럽게 사이가 좋아진 둘만의 동행을 쭈욱 지켜봤어요. 제 나이가 마흔을 살짝 넘었는데 똑같은 경험을 했던 기억이 번뜩 떠올랐습니다. 아이와 강아지, 그 순수한 소통을 했던 그때 그 시절의 기억이, 딸과 진순이를 통해 등줄기에 전기가 흐르듯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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