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 하기엔 겨울 채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고 겨울이라 하기엔 아직 가을의 흔적이 돌고 있는 시간입니다. 돌이켜보면 이 가을을 가족과 함께 제대로 즐겨보지도 못하고,허구한 날 논과 밭에 있었던 것이 못내 아쉬워지네요.
 

은행잎


그래도 이 시골 촌놈이 가을의 색깔을 담고는 싶었든지 간간히 논과 밭 근처에서 단풍을 만나면 허겁지겁 카메라는 꺼내 들었었나 봐요. 은행나무 꼭대기에선 나를 기다리지 못하고 떨어진 노란 잎들이 바닥에 소복이 쌓여있었고, 아래로 내려올수록 실바람만 불어도 떨어질 잎들이 겨우 버티고 있었습니다.


은행나무


아직은 가을이지?~
노랗게 물들어있는 은행잎을 보며 가을을 놓치지 않고 사진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시골의 삶이 넉넉지 못해 늘 인상을 찌푸리며 지내도 이맘때 만큼은 높고 푸른 창공이 가슴을 뻥 뚫어 놓습니다.
 

단풍


굳이 단풍나무가 아니어도 붉게 색을 내는 나무들도 늘 가까이에 있었어요. 저만 눈치채지 못했던 거지요. 비록 가족과 함께 기차여행이나 화물트럭을 타고 가서 가을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집 밖이 가을이었기에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줘봅니다.

억새


하루는 바람이 몹시 불던 날이었어요. 억새와 갈대가 한 곳에서 나란히 혼비백산할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갈 만도 했겠지만, 광이 비칠 정도로 눈부신 억새의 장관 앞에 차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마도 저에겐 이때가 가을을 타는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였을 겁니다.


갈대


갈대와 억새가 개천을 경계로 어떻게 서로 마주 보고 있는지 참 재미있는 풍경이기도 했어요.

논


어떤 농부는 벌써 겨울 채비에 들어갔고..


서리


날씨 또한 겨울 채비를 하느라 아침마다 하얀 서리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누가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는지 몰라도 저에겐 분명 수긍이 가는 말인 것 같아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망망대해의 잔해처럼 표류 하다가 사라져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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