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을의 마지막 비라고 불러도 될 만큼 가을 끝자락에 막바지 비가 내렸어요. 들녘의 농작물을 다 거둔 상태라서 지금 당장은 도움이 안되는 비지만, 내년에 다시 농삿일을 시작하자면 이 가을, 이 겨울에 그동안 못다 내린 비가 보충 되어야 할 겁니다.

산


등잔 밑이 어둡다고 산에 둘러 쌓인 곳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다 보니, 산의 모습이 바뀌어가도 아름다움을 모른 채 지낸 것 같아요.

야산


아니면 시간에 쫓겨 살아오느라 그럴 만한 여유를 갖지 못했든가..


단풍


회사 다닐 땐 등산도 자주 다니고 친목도 다지고 그랬는데, 막상 산 밑에서 땅을 일구며 살아가니까 굳이 산에 오를 이유가 퇴색 되고 말았어요. 


지금처럼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이렇게 쳐다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만다는..

야산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우리나라의 야산에 소나무의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자연의 섭리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바뀌어가기 때문에 저의 둔감한 눈으로는 알아챌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을 아무 근심 걱정 없이 바라보며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할 거예요.


산


저 알록달록한 낙엽들이 모두 떨어지고 나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채 겨울을 나겠지요. 
멀리 단풍 구경을 가지 못한 신세를 이렇게 달래봅니다. 

낙엽솔


옛날, 산림을 빠른 시간에 녹음지게 만든다고 권장해서 심었던 낙엽솔 무리는 우리나라 야산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맨손으로 나무를 만지면 손에 가시가 박혀 곤혹을 치뤄야 했던 피하고 싶은 나무였어요. 그래도 
겨울 문턱에 다다랐을 땐 가을 운치에 한껏 일조를 보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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