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갓 했을 때,그러니까 주윗 분들의 축복을 받고 신혼여행을 갔다가 돌아왔을 때는 은근히 과거에 한두 번 정도는 봐왔던 드라마의 장면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습니다. 스토리는 <아내를 처음부터 잡고 들어가야지 한번 잡히면 평생 고생이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팔자에 맞게 살게 되어 있는데, 가정의 주도권을 놓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심해봤던 적이 있어요. 처음엔 무뚝뚝함으로 일관한 채 모든 결정은 남편의 결재 만으로 이루어졌고 또 그게 그때는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우와,당신 말이 맞네!"

"여보,잘했어!"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막 신이 되어가는 기분?

허나, 정말 신이 아닌 이상 빗나가기 마련입니다.  또한 결혼이란 것은 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지 제가 신기가 있어 잘 맞추었을 때만 옆에 있는 그런 결혼생활이 아니죠. 시간이 지날수록 신기가 떨어져 가는 것인지, 약발이 떨어져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몇 년 지나지 않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변화의 바람을 느끼는 순간은..

이미 저의 무뚝뚝함으로 주도권을 움켜쥐었던 힘보다 아내 스스로 터득한 생활 방식이 더 유용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입니다.

알토란


마지막 주도권 싸움이 얼마 전에 시작되었어요. 여름 내내 인터넷으로 농산물을 팔면 어마어마하게 팔 거라고 장담했던 남편은 컴퓨터를 켜 놓고 주문 오기 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올려놓으면 정말 잘 팔려?"

인터넷의 파급효과를 아직 잘 모르는 아내가 미심쩍은 듯 물어오더군요.




"고럼!"

"이제부턴 장사꾼한테 넘길 일 없을 거야!"

그 이후 가뭄에 콩 나듯 잊을 만하면 주문이 왔답니다.

페이스북


아내의 핸드폰이에요. 밭에서 일을 하다가 <딩동,딩동!> 카톡 소리가 왜 그렇게 자주 울리던지..
"뭔 카톡이 그렇게 많이 오냐?" 다그쳤더니 주문 오는 소리랍니다.

"어디에 올렸길래 반응이 그렇게 좋아?"

집에 돌아와 저녁 시간에 물어봤어요. 페이스북으로 사진을 올리면 카톡으로 연락이 온답니다.

페이스북


아내가 페이스북에 올려놓은 알토란이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베트남 아내다 보니 고객 또한 베트남 분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어요.

어디에 올리든 제가 올려놓거나 하면 썰렁함 그 자체인데, 아내가 올리면 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지 그게 궁금했어요. 어디서 어떤 대화를 주고받는지 아내의 핸드폰을 살짝 열어봤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든 카톡이든 그곳에는 제가 이해할 만한 한글이 적힌 메세지는 전무했어요. 순수 베트남어로만 나오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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