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남들도 다 따는 운전 면허증을 나도 따겠노라며 남편의 등을 할퀴고 간 아내.. 처음 시작하는 마음가짐이 그래야 하나 봅니다. 나쁜 일도 아닌데 굳이 말릴 변명도 없었지만, 삼손처럼 무시무시하게 느껴졌으니까요. 그리고 시작한 12월 크리스마스 때의 시작은 아름다운 결말, 즉 빠른 시일 내애 따버린 아내의 즐거움이 가득했어요.

마티즈


그리고 얼마 후 자식처럼 생긴 아기 자동차, 마티즈가 아내 앞으로 입양되었어요. 운전 면허증을 땄다고 해서 번잡한 시냇길 돌아다니는 건 위험천만하다며 연습, 또 연습만 하라고 했어요. 그렇게 마을 앞까지 갔다왔다 하는 정도로만 운전 연습했던 아내.. 

하루는 화물차를 세워두고 최근에 입양한 마티즈로 아내와 함께 읍내로 나갔어요. 돌아올 때 운전 연습 시켜주기 좋은 조건일 것 같았거든요. 읍내에서 볼 일을 마친 후에 번잡한 도로를 빠져나와 마지막 신호등이 있는 곳까지 왔습니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는 "여기부터 당신이 직접 운전해봐!"

용기까지 북돋아주며 운전석 자리를 내주었어요. 그때 아내가 이런 말은 하더군요.. "신호등 지나서 할게!"

"안돼!"

운전 면허증을 취득하고 자가용까지 영입했는데, 신호등 하나 제대로 못 건너면 안되겠다 싶었어요. 교차로를 빠져나가는 아내의 운전 실력을 보고 싶기도 했고 그 옆에 남편인 제가 타고 있었으니, 작은 실수라도 눈에 띄면 코치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답니다.

드디어 4차선으로 이루어진 이 교차로만 빠져나가면 유유자적 갈 수 있는 한적한 도로입니다. 아내가 교차로에 접근하자 빨간 불이 들어왔어요. 그리고 아내는 1차선에서 멈추어 섰습니다. 제가 가장 두렵게 느꼈던 곳인데, 아내는 이런 곳에서 단 한번이라도 운전을 해보지 않았거든요.


"여보, 당신은 지금 1차선에 섰으니까.. 우리는 직진해야 하니까.. 파란 불이 들어오면 무조건 1차선으로만 가!" 고개를 잘도 끄덕인 아내가 파란 불이 들어오자 출발하더니, 교차로 안에서 2차선으로 급하게 선회했어요. "어..여보 왜 이래?" "1차선은 1차선이지?ㅜㅜ"

"여긴 2차선이야!"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지며 말했더니 다시 교차로 안에서 1차선으로 들어가는 아내..

"와,,우씨..."


그날 접촉사고가 안 일어난 것이 신기합니다. 조수석에서 백밀러와 고개를 돌려 뒤를 봤을 때, 1차선에서 뒤따라 오던 차는 서행을 해주고 2차선에 뒤따라 오던 차는 1차선으로 빠져나가 주었어요.

초보운전


그건 바로 초보운전 딱지 덕이었어요. 아내가 교차로를 빠져나가야 했던 며칠 전에 제가 붙여 놓은 거예요. 혹시 저 없이 아내 혼자서 읍내를 나가야 할 상황이 생길까 봐서...

초보운전


집에 돌아왔고 누누이 지적했습니다. 교차로 안에서 차선 바꾸면 큰일 난다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아내가 며칠 새 귀가 따갑다며 하는 소리..

"당신 없으면 조용하게 운전할 수 있을 것 같애!"

그리고는 오늘, 아내 혼자서 정말이지 혼자 읍내를 다녀와서 시장 바구니를 내려놓았습니다. 집에 올 시간이 되어 바라고 있다가 차 소리에 밖을 보니까, 운전석에서 내리는 아내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보아 조마조마했던 제가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던 보상은 받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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