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위드블로그 참여형 공감 캠페인 <내인생 최대의 실수담>에 올리기 위해 쓴 글임을 밝힙니다.


때는 바야흐로 1983년, 지금으로 부터 27년 전에 있었던 까마득히
먼 옛날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녔을까 했을 때였지요. 장날이 되면 가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읍내에 다녀 오곤 했었는데, 그 때마다 중국집에서 먹는 짜장면 한 그릇은 제 인생의 로망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생기려고 그랬는지 오랫동안 읍내에 나갈 기회가 없었지요. 어느 날 동네 이웃 집에 살고 있던 2년 아래의 동생이랑 자전거를 타고 저희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어등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래도 자전거로 한 시간 여의 거리였어요.

"오전 9시 ??분에 도착하는 기차가 있으니 읍내 나가서 놀다 올까?, 오후 3시??분 기차로
오면 되겠네?"  
고개를 끄덕이는 동생과 함께 기차에 몸을 싣고 유유히 예천으로 향했지요.

어등역

예천역에 도착한 
저희는 걸어서 읍내를 실컷 구경했어요. 오매불망 그리던 짜장면도 함께 먹어봤고요. 기차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오락실에 들렀습니다. 한 판, 두 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버튼을 마구마구 눌렀어요. 곧 기차 시간이 임박해서 겨우 오락실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둘은 또 걸어서 
예천 기차역으로 갔드랬죠. 그런데, 이런,,,,, 기차역에 도착하는 순간 우리가 타야 할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떠나고 있었습니다. 멀어져 가는 기차 꽁무니를 바라보니 앞이 캄캄해 지더군요. 다음 기차 시간표를 보니 또 까마득해 졌습니다. 차라리 걸어가도 그 시간이면 되겠다 싶었죠. "어떻게 할까,,,어떻게 할까,,, " 한참을 망설이다가 걸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는 길이라고는 기찻길 밖에 없어서 기차 선로만 따라가야 했지요.                                                             

기찻길

어느덧 냇물에 비치던 노을이 어두워져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슴푸레한 달 빛이 간간히 기찻길 임을 증명해 주었지요. 
그렇게 세월아 네월아 걷고 있는데, 동굴이 나타났습니다. 

"이 동굴 안에서 기차를 만나면 어떡하지?" 두려운 마음에 뒤를 돌아 보았습니다. 다행히 기차가 안보이더군요. "기차가 오지 않을 거니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을 거야." 동생에게 그렇게 말을 건네고는 조용히 동굴 안으로 진입했지요. 하지만 요행도 잠깐, 설마설마 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저 멀리서 기적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순간 머리 끝이 쭈볏 섰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기차는 분명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지요.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기차는 점점 가까워져 왔고, 우린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렸습니다. 기차가 동굴 안에 진입했을 때 기차의 서치 라이트로 인해 동굴 벽을 따라 굵은 케이블 선이 설치되어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얼른 일어나서 선줄 잡아!" 동생한테 그렇게 말하고는 그 굵은 케이블 선에 우리의 운명을 맡겼죠.   

기차

기차가 저희를 지나쳐 갈 땐 정말이지 콩닥콩닥 거리던 심장이 영원히 멎는 줄 알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당시엔 속도가 느린 비둘기호만 다녔던 시절이어서 어쩌면 그 동굴을 벗어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어등역에 도착했고 그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어선 상태였습니다. 무려 다섯 시간을 걸은 셈이죠. 거리로는 약 20킬로를 걸었고요. 그 어린 나이에 밤이 늦도록 걸어야만 했던 어처구니 없고 황당했던 사건을 되짚어 보니 씁쓸하기도 하고 조금은 우스운 생각도 드네요.

비둘기호

현재의 어등역은 간이역의 구실도 상실한 채 굳게 닫혀져 있었습니다.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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