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만 해도 이맘때가 되면 집집마다 닥나무를 베어다가 찌고 벗겨서 작은 푼돈이라도 보태었는데, 이젠 마을마다 한 두 집에서 명맥을 이어갈 정도로 많이 쇠락한 풍경입니다.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마도 벌이가 시원찮았던 것이 결정적 이유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닥나무 부수입이라도 거머쥐어야 할 입장이 된 제가 올해부턴 만사 제쳐두고 들로 출장을 나가고 있습니다.



닥나무는 밭둑 또는 밭에서 가까운 산기슭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요. 성장속도가 빨라서 당년의 가지도 제 키를 넘어섭니다. 가지를 베고 나면 다음 해에 잔가지도 잘 나와주는 특성이 있어서 무제한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잇점이 있어요.


닥나무

밭에서 베어 온 닥나무는 이렇게 깔끔하게 정돈해줍니다. 덩굴식물에 감긴 건 풀어주고 어설픈 가지도 쓱삭쓱삭 날려주고요.


닥나무

잘 정돈된 닥나무를 드럼통에 넣어 비닐과 마대자루로 덮어 증기가 빠지지 않도록 잘 밀봉한 다음, 약 1시간 정도 푹 삶아주면...




닥나무

이렇게 예쁘게 잘 벗겨집니다.~


닥나무

닥나무 껍질은 햇빛에 잘 말려서 보관해야겠지요.


닥나무껍질

이렇게 벗긴 닥나무 껍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지로 재탄생 될 거예요. 비록 대량생산의 약점 때문에 외국산 종이에 밀려있지만, 품질 만큼은 천년간 보증하는 것이 한지입니다. 이왕이면 짭짤한 부수입이 될 정도가 되면 좋겠지만 당분간은 자긍심만 갖고 이 일을 이어가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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