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꿈 이야기를 하지 않을 뿐더러 꿈도 거의 꾸지 않는다는 아내가 오늘 아침에는 웬일로 저한테 와서는 어젯밤에 꾸었던 꿈 이야기를 펼쳐 놓았습니다.

저는 결혼식을 2009년에 올렸어요. 2004년에 아버지를 여의고 묵어가는 토지를 지켜만 볼 수 없어서 2007년에 직장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당시에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일원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는데, 고향에 내려온지 2년여 만에 꿈에 그리던 가정을 그때 꾸리게 되었지요.



그러니 당연히 제 와이프는 시아버지의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이라고는 제가 스물 살 즈음에 늙고 검은 색의 옷을 입은 암소에 쟁기를 얹어 밭을 일구시던 모습을 찍어 놓은 게 전부였지요. 소의 앞모습을 찍느라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가려진 사진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진입니다.



이제 아내의 꿈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여보,여보!~~"

"왜?"

"나 어젯밤에 이상한 꿈꿨어!~"

"뭔데?"


꿈속에서 어떤 남자가 "아가, 아가!~"하시면서 손을 잡더니, 5만 원짜리로 된 지폐 한 뭉치를 덥석 쥐어주었답니다. 그리고는 어깨를 두드려주시고 가셨대요.

<아가>라는 말은 보통 시아버지가 며느리를 부를 때 쓰는 건데..

아내의 꿈 이야기를 듣고 그 남자 어떻게 생겼느냐고 물었더니, 아내 왈!~~

"모르겠어!" 남자란 건 알겠는데 얼굴을 못 봤답니다.~

제가 확인할 길은 그 것 밖에 없었는데 말이지요.

"꿈을 깨고 난 뒤 어땠어?"

"찜찜하다거나 가뿐하다거나 그런 느낌 없었어?"


이렇게 물은 이유는 어떤 꿈이든 깨고 나서 찜찜하면 보통 개꿈으로, 가뿐하면 현몽이나 길몽으로 생각하는 저만의 꿈에 대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내의 대답이 가뿐하다는 쪽이어서 그런지 제 하루 일과도 여느 때처럼 기분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답니다. 

사실 꿈 이야기에서 아내의 입으로 <아가!~>라는 말을 들을 때부터 꿈속의 어떤 남자는 돌아가신 아버지임을 직감했어요. 살짝 소름이 돋았다고나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저의 견지로는 꿈의 내용으로 봐서 며느리와 시아버지의 관계입니다.

꿈 이야기를 마친 아내가 해몽을 기다리는 눈치라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볼 테니 아이들한테 가있으라고 했어요. 아내가 방에서 나가고 나서야 울컥했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지요.

어찌 두 아이 키우는 동안 아들 꿈에는 단 한번도 찾아오지 않으시더니, 얼굴도 모르는 저 먼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한테는 덥석 찾아오셨는지 제 마음을 밉게 만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