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하우스에 고구마 종자를 묻느라 때 이르게 온몸이 욱신거려야 했답니다. 작업 마지막 날 옆에 있으면 조금 더 편해질 저인데, "나 없어도 되지?" 묻더군요. 꾸준히 도와줄 일은 없어졌기 때문에 바로 "응" 하고 대답했어요.
아내의 손이 좀 아쉽긴 해도 굳이 둘이 할 일은 아니어서 혼자 이렇게 저렇게 마무리 짓고 차로 갔어요. 차에 가까이 갈수록 유리창 너머 곱다시 앉아있는 아내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먼저 와서 무얼 하고 있나 조심스레 다가가 봤어요.
엥,,,
"앗, 나의 실수!~"
멍 때리고 있는 모습 제대로 낚았습니다.
놀란 아내 뭣 하러 찍느냐고 씩씩거리대요.
장난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마을 회관에 새로 들어온 TV때문에 볼일을 보느라 아내랑 저녁은 함께 먹지 못하고, 마을 회관에 어르신들이 차려준 다과로 대충 때우고 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배가 좀 허전했어요. 그렇다고 밥 먹을 정도까지는 아니고..
심심한데 안주할 거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없어!~"
"냉동실에 오징어도 없냐?"
"어제 한 마리 먹은 게 마지막이었어!"
요즘 부엌 살림이 동이 나긴 했어요. 읍내 나갈 시간이 없었거든요.
"그럼 뭐 할 수 없지.."
그냥 큰 대자로 누워 TV시청이나 하고 있었는데, 잠시 잠깐 부엌으로 갔던 아내가 접시에 무언가를 담아왔습니다.
"자, 이거라도 안주해!"
헐,,,,
"이게 뭔 나물이야?"
냉이와 속새나물이랍니다.
"속새는 너무 쓴데?"
"그럼 냉이로 안주 해!"
아무리 봐도 어느 녀석이 참한 냉이 나물이고 어느 것이 쓴 속새 나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어요.
"이 중에 냉이가 어떤 건데?
친절(?)하게도 젓가락으로 냉이와 속새를 한 가닥씩 샘플로 빈 접시에 올려놓더군요.
"난 그래도 몰겠다."
"그럼 알아서 먹어!"
엥, 알아서 먹으라니... 이왕이면 좀 골라 주면 좋은데..
그래도 군말 않고 봄을 안주로 접시에 담아온 아내가 고마웠던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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