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베트남으로 장가를 들었기 때문에 처갓집이 베트남 수도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하이퐁 근처에 있어요. 결혼 6년 차에 접어들면서 토끼 같은 남매를 두고 있는데, 직업이 농삿꾼이다 보니 아내는 육아를 맡아야 하고 저 혼자서는 농삿일이 힘에 부쳐 아이들 크는 동안에는 베트남에 계신 장인,장모님을 매년 이른 봄에 한국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장인,장모님 두 분이 함께 한국에 오시는 건 올해가 두 번째인데, 가만 보면 한국의 사위 집에 오실 때마다 여행용 가방 안의 선물 꾸러미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어요.

 세 가지로 분류해봤습니다.  

먼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간 딸이 쉽게 맛볼 수 없게 된 고국 음식입니다. 이 부분은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면 제가 그런 입장에서 외국을 나간다고 해도 똑같을 것 같아요.

오징어

이건 우리나라의 오징어라 해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흡사했어요. 지난 겨울 포항 호미곶 가서 봤던 오징어랑 너무 똑같아 실소가 터지기도 했답니다. 

베트남 오징어는 좀 물렁물렁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오징어도 완전히 건조 시키지 않은 오징어를 판매하고 있는데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맛은 동해가 더 짜서 그런지 베트남 오징어는 심심한 맛이 났어요. 짜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고나 할까요..

월남쌈

월남쌈이라고 하면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쉽게 말씀드리자면 큰 만두를 후라이팬에 튀겨 놓았다고 상상하시면 됩니다. 암튼 여러 가지 재료를 피에 돌돌 말아야 하는데, 그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위 사진의 쌀로 만든 피예요.


새우

한국에 산이 많다면 베트남에는 강이 많습니다. 처갓집 바로 옆에도 강이 흐르고 있어서 처남이 배를 타고 잡은 새우예요. 

사탕수수

달콤한 설탕물이 배어 나오는 사탕수수입니다. 가공하지 않은 사탕수수 대궁을 국제결혼한 덕분에 접해보게 되네요. 아무튼 이 사탕수수는 깨물어서 두세 번 정도 껌처럼 씹으면 질긴 섬유질만 남는데, 뒤 끝이 참 허전해집니다.


사탕수수

"이건 뭐꼬"?

처음 봤을 때 대나무 같기도 하고 피리 같기도 했어요. 아내한테 물었더니, "지금 먹고 있잖아!" 그러더군요. 조금 전에 보았던 사탕수수였어요. 이렇게 외피까지 있는 것은 처음 봤답니다.


베트남전통음식

베트남 전통요리로 된 음식은 매년 종류가 바뀔지언정 절대 빠트리지 않고 한 가지 이상은 가져오는, 오늘 포스트 내용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품목입니다. 


올핸 지난 해와는 다른 전통음식을 갖고 오셨는데, 아내는 베트남 말로 된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꿀 수 없다고 해서 딱히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포스트하게 되었습니다.


베트남 전통음식

가운데를 잘라봤더니 속에 든 건 야자와 땅콩,녹두 이렇게 세 가지 재료가 들어가 있었는데, 빵집에서 달콤한 빵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리고 아내도 모른다고 했던 내용물을 둘러싼 검은 색의 미스테리는 식감이 우리나라 절편처럼 떡맛에 가까웠답니다.

이러한 베트남 전통요리로 만들어진 음식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냉장고에 넣지 않고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합니다.


당면

요건 누가 봐도 알겠지요? 당면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잡채를 만들 때 쓰이지만, 베트남에선 포장지의 그림처럼 육수에 넣어 국수처럼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두 번째로는 외손주 줄 선물은 꼭 빠트리지 않습니다. 이 또한 맨 위에 언급 했듯 나라를 막론하고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머리띠

지난해에도 외손주 옷가지며 신발, 머리띠 등 많은 양의 선물을 준비하셔서 올핸 누누이 당부했답니다. 그나마 많이 간촐해진 선물이에요. 

마지막으로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 가족 누구라도 요긴하게 쓰거나 아니면 장인,장모님한테 요긴한 생활용품들입니다.

베트남 모자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단 한 편이라도 봤다면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는 베트남 전통 모자예요.

가벼운 천으로 만든 모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꼭 들고 오셔서 사용한답니다. 저도 신기해서 몇 번 사용해봤지만, 모자와 닿은 이마 쪽이 간지러워 다시 천모자를 이용한다는..
굳이 베트남 모자만의 특징을 더 이야기하자면, 천으로 된 모자보다 무겁긴 해도 햇빛 차단 효과가 높아 훨씬 시원한 맛이 있고 비가 와도 머리가 젖을 일이 없습니다.
 
오랜 전통을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비가 잦은 베트남에서 현재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그 나라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싶어요. 그 외 값싸고 우수한 한국산 슬리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딱딱한 베트남산 슬리퍼를 가지고 오셔서 신고 다닌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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